지난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후쿠시마 현의 만 18세 이하 아동 57명이 갑상선암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일본 보건당국 조사에서 아동 12명이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 8월 조사에선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아동 수가 57명으로 증가했다. 갑상선암으로 의심되는 아동도 지난해 8월(25명) 이후 1년간 무려 21명이나 증가한 4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각 증상이 없는 이들까지 모두 검사했기 때문에 발병률 자체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게 일본 국립암센터의 공식 견해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현 아동의 갑상선암 발병률(0.034%)이 일반적인 10대 갑상선암 발병률(0.0001∼0.0009%)보다 훨씬 웃돌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핵발전소 주변에 거주하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2.5배나 높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등 일본처럼 대형사고가 나지 않아도 원전 주변 주민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이진섭씨(왼쪽)와 아들 이균도씨
 

지난 1990년 결혼 후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로부터 반경 3km 이내에 있는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에 살았던 이진섭(50)씨가 2년 후 얻은 아들 균도(22)씨는 자폐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이씨의 처가도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로 고리원전으로부터 5km 이내였다. 하지만 2007년 이씨의 장모는 위암 판정을 받고 위 70% 이상을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2011년엔 이씨가 직장암으로, 이듬해엔 아내 박금선(48)씨가 갑상선암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씨가 지난 2012년 7월 원전 인근 거주 주민으로는 처음으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도, 이 같은 가족의 집단 발병 원인이 고리원전 때문이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제기한 소송은 오는 10월 17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법원이 원전과 인근 주민의 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씨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소송을 제기한 목적이 보상을 받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원전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균도가 장애인이 되고 장모와 나, 그리고 집사람까지 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혹시나 싶었다”며 “하지만 그 후에 원자력 문제가 불거져도 이 지역에 사는 어느 누구도 얘기를 하지 않는 것에 분노해 기장에 사는 주민으로서 소송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1심에서 우리가 이긴다는 결론이 나긴 어려울 테지만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이 나와야 원전이 함부로 안전하다고 얘기하지 않고, 더 안전한 원자력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소송을 진행하면서 지역의 활동가들과 함께 주민들의 공감을 얻고 더 많은 피해 사례를 발굴해 낼 수 있다면 최소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고리원전 1·2호기
ⓒ연합뉴스
 

지난 2012년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와 환경운동연합 등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선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여성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나왔다. 

당시 한림대 의대 산업의학과 주영수 교수팀은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지극히 소량의 방사능에 노출되더라도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며 “정부는 갑상선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의 발생률은 어떠한지, 또 암이 아닌 다른 질병의 발생 가능성은 없는지 등과 관련한 전면적인 연구의 재검증과 이를 위한 핵심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아직 원전 피폭 노동자와 인근 주민에 대한 추가 연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