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뉴스들이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 기사 폭행논란 만을 주요 뉴스로 연이어 다루면서 세월호 사건의 보도 방향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 지우기에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와 SBS는 이틀 연이어 세월호 유가족 폭행논란 사건을 다루었고, KBS도 19일 관련 소식을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 뉴스들 중 특히 MBC는 유가족들에게 가장 적대적인 보도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는 20일 뉴스데스크 5번째 소식을 <'폭행 혐의' 세월호 유가족 전원 입건…경찰 대질조사 검토>라는 머릿 기사로 전달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까지 경찰 조사를 받은 세월호 가족대책위 김병권 전 위원장만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고, 20일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나머지 유가족 4명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MBC는 ‘유가족 전원 입건’이라는 표현을 강조하며 유가족 공격에 나섰다. 다른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는 없었다.

   
▲ 9월 20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는 19일에도 MBC 뉴스데스크에서 <‘기사 폭행’ 세월호 유가족 출두>, <폭행 발단 김현 의원 비난>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아시안게임 개막보도와 한일정상회담 제의, 스코틀랜드 분리투표 무산소식을 제외하면 국내 사안으로는 첫 번째 뉴스로 세월호 유가족 폭행 논란을 다룬 것이었다.

SBS는 20일 8뉴스에서 5번째 소식으로 <‘대리기사 폭행 혐의’ 세월호 유가족 5명 입건>을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의 전부였다. 일방 폭행인지, 쌍방 폭행인지 주장이 엇갈리고, 경찰 관계자가 추가로 확보한 목격자의 진술에도 서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전원 입건 소식에 초점을 기사였다. SBS는 19일에도 <'폭행 혐의' 세월호 유가족 "물의 일으켜 죄송">이란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SBS 역시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와 관련된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19일 <“유가족, 경찰 출석...”물의 일으켜 죄송“>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지만, 20일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관련 보도를 <9시 뉴스>에서 6건 보도했으나 세월호 참사 관련 소식은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 9월 20일자,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반면 종편인 JTBC는 주말뉴스에서 첫 소식으로 <여야 대표, 이르면 월요일 회동…세월호 정국 분수령>이란 제목의 세월호 특별법 관련 소식을 내보냈다. JTBC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서 일단 야당의 내홍은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며 “몇 주째 답답하게 막혀있던 세월호 정국도 다음 주부터는 이번에는 진짜로 돌파구를 모색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세 번째 뉴스에서는 <세월호특별법 '묘수' 나올까…문희상이 말한 복안은?>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 9월 20일. JTBC 주말뉴스 기사 갈무리
 

유가족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 세월호 유가족 5명 입건…대질신문 등 추가 조사>, <1명만 폭행 시인, 나머지는 "기억안나"…진실공방 가열> 두 건을 내보냈다. JTBC는 “양측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제 조사에서 김병권 전 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유가족들은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고 지상파와 달리 악의적인 보도를 피했다. 또한 일방폭행인지 쌍방폭행인지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질문하면서 진실 공방에 초점을 맞췄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의 이런 행태는 세월호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최 교수는 “몇몇 지도부의 개인적인 문제를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이미지로 비춰지게 하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이번 폭행사건이 세월호 사건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며 “폭행사건을 세월호특별법과 분리해서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폭행 사건에 대한 지상파의 보도 태도는 기존(세월호 문제 보도 태도)과 같다”며 “세월호특별법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데 단순히 정치 쟁점으로 보고 세월호특별법에 무관심하다가 악재가 되는 사안에 달려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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