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두 번 죽는다고 한다. 숨이 다해서 육체가 죽을 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 자신의 생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의 죽음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두 번 죽을 수 없는 아이들이 늘어가는 정글 속에 살고 있다. 국민들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됐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무책임했었는가. 아이들이 처절하게 죽어가는 순간, 이 사회의 어른들은 그 고통을 감지해내지 못했다.

고통은 산 자의 몫이다. 지금 살아있는 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아이들의 고통을 잊지 않는 것부터 해야 한다. 서문여고 2학년 장윤서 학생은 “구조의 손길을 ‘가만히 있으며’ 하염없이 기다렸을 친구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 했을 ‘진짜 어른’들의 대한민국을 기다린다”며 “내 마음속의 노란 리본이 그런 어른이 될 나를 기다리며 내 기억 속에 꼭 매달려 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억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목표로 승화돼야 한다. 고3 김수인 학생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지금의 교육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이라며 교육 현실의 개선을 요구했다. ‘더 나은 4월 16일을 확신하는 취업 준비생’이라 자신을 소개한 임재희씨는 “안전에서만큼은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 ‘실현해야 할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의 기억은 ‘사람이 중심인 세상’을 목표로 만들었다. 세상의 변화는 평범한 이웃들이 함께 행동할 때 나타난다.

평범한 이웃은 ‘다양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책 <한국 사회의 길을 묻다>는 ‘기자를 꿈꾸는 고3’에서 ‘92살 전직교사’까지, 단원고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안산 시민’에서 마음은 한국에 있지만 ‘몸은 독일 베를린’에 있다고 소개한 통·번역자까지 참여해 만든 책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로운 생각을 적은 이웃들의 진솔한 글을 모았다.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6월 2일부터 29일까지 들어온 원고 중 59편의 글을 책으로 엮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책을 읽고 죽어가는 자들에 집중해야 한다. 생명은 붙어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조금씩 우리가 죽이고 있는 또 다른 아이들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심정아씨는 책에서 “이제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러 고민하고 우울감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표현했다. 우리의 상처는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관계적 측면’과 ‘사회 전반의 모순’까지 결합돼 나타난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윤예린 학생은 “세상은 생각보다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미미하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참여와 실천은 생각보다 미미하지 않다”며 독려했다. 이번 책의 의미는 사람이 중심인 공동체를 원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는데 있다. 희망은 절망의 끝에서 시작된다. 4월 16일 이후 막다른 길에 서있는 한국 사회에서 글을 통한 시민들의 연대는 희망의 시작이다.

이번 원고 공모를 위해 1000만 원을 기부한 이영구씨는 책 출간 감사의 글에서 “아주 작은 몸짓이 위대한 역사를 이룰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생각한다”고 썼다. 이씨는 “저의 작은 제안이 여러분의 참여로 한권의 책이 되고 그 내용이 많은 사람의 실천으로 이어지면 앞으로 10년 후 우리의 미래는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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