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9일자 지면에서 각종 사회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과 ‘일간 베스트’ 회원들이 광화문에서 이른바 ‘폭식투쟁’을 벌인 일, 정부의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방침과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문항이 다소 의아하다.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중앙일보는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려는 배경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답변이 ‘복지 증세를 위한 조치’와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것’ 뿐이다. 결과는 ‘복지 증세’가 65%, ‘건강 증진’이 34%로 나타났다.

담뱃값 인상은 법인세 감면 등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서민의 호주머니 속에서 메우려 하는 ‘서민 증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질이 서민들에 대한 ‘세수 확대’인 셈인데 중앙일보는 담뱃값 인상을 ‘복지 증세’라고 표현했다.

모노리서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건강’과 ‘세수확대’를 응답보기로 제시했다. 결과는 세수확대가 39.4%, 국민건강 33.2%, 두 가지가 비슷한 비중이라는 의견이 23%였다.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이 복지에 사용될 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복지 증세’라는 단어가 ‘세수 확대’ 나아가 ‘서민 증세’라는 본질을 가리고 있다.

   
▲ 중앙일보 9월 19일자. 10면.
 

또 다른 여론조사 문항도 이상하다. 극우 성향의 사이트 일간 베스트 회원 중 일부가 벌인 광화문 폭식투쟁에 대해 3가지 선택지가 제시됐다. ‘유족들의 지나친 요구에 대한 당연한 반발’, ‘유족들에게 상처 주는 행동으로 중단해야’와 함께 양비론 격인 ‘폭식투쟁엔 반대하지만 단식투쟁도 끝내야’란 보기가 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유족들을 비판하는 쪽이 10.4%, 일베의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쪽이 30.4%, 양비론적 시선이 56.2%로 나왔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단식투쟁을 끝내야 한다’는 보기를 다른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유족들의 요구를 지지하지만 단식투쟁이란 방식은 적절치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반대의견 중에는 ‘폭식투쟁에 반대하지만 단식투쟁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유족들에게 상처 주는 행동으로 당장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보다 우세했다”고 해석했다. 일베의 폭식투쟁 문제를 양비론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한 연구원은 “‘세수증대’라고 표현하면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길 수 있는데 복지 증세라고 했을 때, 이를 다소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 스탭 더 나간 것이지만 문항자체에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일베 관련 여론조사의 경우 “우리 업체에서도 그런 질문을 설계한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A도 싫고 B도 싫다는 응답에 몰릴 수밖에 없고,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은 다층적인 이슈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결과를 왜곡시킬 수는 없다고 보지만 고약한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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