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 기레기 청와대로 날아간 기러기
기저귀 기저귀가 필요해 그 당당함에 저린 다리와
지린 오줌보 냄새 안 날려면
대변인처럼 속옷도 다 벗어 던져 버려”(‘다 뻥이야’) 

“바로 옆 병실에 같은 병 걸린 옆에 서서 
열심히 일하던 언니에게도, 회사는 책임을 안 지려해
책임지라 일어서니까 주저 앉히려 해
합의를 가장한 협박을 시도해
사진을 찍어 대고 몸싸움 하기도 해
그녀는 기도해 내 죽음이 뭐길래
나의 삶은, 도대체 누구 거길래” (‘뛰어 넘든지 기어봐’)

‘마왕’이 돌아왔다. 신랄한 사회 비판으로 화두를 던졌던 힙합 뮤지션 제리케이(Jerry. K)가 정규 3집 “현실, 적”을 오는 23일 발표한다. 마왕은 그의 대표곡이다. 제리케이는 지난 15일 ‘다 뻥이야’를 선 공개하며 왜곡보도를 일삼는 한국 언론을 저격했다. 기자가 미리 앨범을 들어본 바, 그는 언론만 가지고 논 게 아니다. 청년 세대 노동 문제를 감성으로 읊기도 했고,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감상문을 랩으로 쓰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슬픔도 앨범에 꾹꾹 눌러 담았다.

제리케이를 19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기자가 과거 공연장에서 봤던 제리케이는 굵은 턱수염을 지닌 ‘마초맨’이었다. 그러나 이날 본 제리케이는 푸근해 보이는 ‘동네형’ 같았다. 그와 언론, 음원시장, 쇼미더머니와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미디어오늘(아래 미) : 이번 앨범에 3번 트랙 ‘Media Talk’에는 낯익은 목소리가 나온다. (웃음)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목소리가 담겨 있다. 허락은 받은 건가?(웃음)

Jerry. K : 김용민 PD한테는 허락을 받았는데, 민동기 국장에게는 말씀 못 드렸다. 공연 티켓 하나 챙겨드리는 걸로.(웃음) (민동기 국장의) 웃음소리가 독특하고, 막판 작업하는 데 애 좀 먹었다. 미디어토크 애청자다. 팟캐스트 자주 듣는다. 미디어오늘은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올려놓은 유일한 언론사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미 : 제리케이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선공개한 곡 ‘다 뻥이야’ 때문이었다. 한국 언론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이 담겨 있다. 곡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Jerry. K : 집에 TV를 놓아두지 않아서 뉴스를 라이브로 보진 못한다. 그러나 방송 뉴스를 보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아이템이 생활정보에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모든 사건을 여야 공방으로만 내보내거나. 대표적인 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당시 (경찰청) 분석관실 CCTV가 공개됐을 때였다. 이걸 제대로 다룬 방송 언론은 없었다. 특히 공영방송 KBS, MBC를 보면서, 이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넘어 ‘아 여긴 언론이 아니구나’라는 환멸을 참 많이 받았다. 스스로 언론이라 하는 모습이 다 ‘뻥’ 같이 느껴졌다.

미 : 이 곡을 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언론 관행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데.

Jerry. K : 줄곧 생각하던 것들을 곡이나 가사로 쓸 때는 크게 어렵지 않다. 이 곡 2절은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떤 기자가 출연해서 언론이 일부러 기업을 까고, 광고를 받아내는 관행을 설명했다. 언론이 왜 그렇게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하는지, 조회수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는 사이트에 의해 어떻게 광고단가가 달라지는지 등의 얘기도 나왔다. 가사에 그런 내용들을 참고했다.

미 : 제리케이는 부조리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곡들로 주목 받았다. 이번 앨범을 들어봐도 역시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곡들이 많다. 설명을 부탁드린다. 

Jerry. K : 나와 내 또래들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핵심은 ‘불안정한 고용’이었다. 그것과 우리 일상이 결부돼 있지 않나. 그걸 다양한 소재로 풀어내고 싶었다. ‘대출러브’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곡 가운데 하나다. 알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해고, 계약해지. 그런 것들을 사랑관계라는 이름으로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 곡을 쓰면서 이번 앨범 얼개가 잡혔다.

앨범 전반부에는 사회 메시지가 담긴 곡들이 배치돼 있고, 후반부에는 개인 감정과 관계 같은 것들을 담았다. 힙합은 자기 이야기를 폼 나게 풀어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힙합을 좋아하는 세대가 중고교 10대다. 그런데 내가 30대인데, 10대 취향을 고려한 음악을 하는 게 이상하게 여겨졌다. 30대 전후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 ‘마왕’ 제리케이(Jerry.K)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미 : 삼성 얘기를 다룬 곡도 있다. 어떻게 작업하게 된 것인가? (Jerry. K는 2011년 ‘Blue Nation(for Samsung)’라는 곡에서 삼성의 노동문제와 언론 관리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Jerry. K : ‘뛰어 넘든지 기어봐’란 곡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감상문처럼 쓰게 된 거다. 개인적으로 삼성불매를 한다. 백혈병 문제에 대한 태도 때문에 불매를 하게 됐다. 그런 영화가 만들어져서 개봉을 한다는 거 자체가 슬픈 일 아닌가. 개봉관을 잡는 과정에서도 차별 대우를 받았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정리해서 올린 거다. 혹자는 ‘삼성을 왜 이리 싫어하느냐’고 묻지만, 삼성이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고 본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내 음악을 듣게 돼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면 좋겠다.

미 : 세월호 참사를 다룬 곡도 있다고 얼핏 들었다. 어떤 노래인가? 

Jerry. K : ‘Stay Strong’이라는 곡이다. 이 곡은 먼저 공개를 할 생각이 없었다. 팬들이 앨범 마지막 곡으로 들어줬으면 해서 아껴 놓았던 곡이었다. 그런데 김영오씨가 30일 넘게 단식을 하면서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 참기 어려웠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곡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결론적으로 그런 감정들을 느끼고 쓴 것이니까.

늘 약한 사람들만 당하고 죽어나가는 현실이 참 부조리하단 생각을 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생존 기반이 ‘이렇게 취약한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고 해서 한 개인들이 시스템을 전복한다거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란 쉽지 않다. 또 일상이 있는데 개인들에게 그런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잖나. 정치적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다. 그래서 ‘강하게 버텨라(Stay Strong)’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근데 이 곡에 대해서도 ‘좌빨’ ‘빨갱이’라는 댓글과 반응이….(웃음)

미 : 모든 곡을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앨범이 짜임새가 있는 것 같다. 앞뒤 곡이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Jerry. K : 맞다. 1번 트랙 ‘난 희망해’는 내가 소망하는 세상의 가지가지 것들을 담아 놨다. 서열중심 사회, 성소수자 차별, 고질적인 지역감정 등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많은 주제를 짚었다. 희망을 꿈꾸며. 그러고 나서 2번 트랙 첫 가사는 “그게  될 것 같냐”다. 내가 꿈꾸는 희망을 깨고 앨범을 시작한다는 의미랄까. 언론만 살아있어도 희망하는 세상이 빨리 도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다 뻥이야’를 2번으로 배치했다. 행간 의미를 잘 듣고 읽어 봐줬으면 한다. 트랙리스트 순서대로 음악을 감상해주셨으면 한다.

   
▲ 제리케이(Jerry.K) 정규앨범 1집 ‘마왕’
 

미 : 10년차 중견가수다. 그동안 사회 비판적인 앨범을 주로 내놓았고 나 역시 제리케이하면 사회비판이 떠오른다. 선입견을 가지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Jerry. K : 이런 곡들을 쓴 뒤 받는 피드백 가운데에서 가장 싫어하는 종류가 있다. ‘당신과 힙합씬을 위해 충고하는데 정치적인 색깔을 좀 빼라’ 혹은 ‘그런 거 할 때 음악이나 더 만들어라’는 식. 이런 류 반응은 솔직히 말해 우습다. 나는 결코 엔터테이너가 될 생각이 없다. 뮤지션은 하고 싶은 얘길 해야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하는 걸 나무랄 순 없다. 그런 건 비판을 위한 비판이지.

미 : 힙합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나는 드렁큰 타이거가 처음이었다.

Jerry. K : 힙합 가사와 곡을 처음 써 봤던 건 중학교 때다. 처음엔 조PD, 지누션 노래를 들었다. 2004년 소울컴퍼니라는 팀을 만들었다. 더콰이엇(The Quiett), 매드클라운(Mad Clown) 등 현재 대중에게 잘 알려진 뮤지션들과 당시 함께 했다. 아무래도 가리온의 메타(MC메타) 형에게 영도를 받아서.(웃음) (편집자 주 : 소울 컴퍼니 Soul Company는 과거 활동하던 대한민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이다. 이들은 2000년대 초 하자센터에서 열린 MC메타 힙합 강좌를 통해 친분을 맺었다. 개성적인 스타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 

미 : 2012년 ‘STOP DUMPING MUSIC’이라는 무제한 스트리밍과 음원 정액제 등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때 제리케이 공연을 처음 봤다. 음원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때 이후로 나아졌나. 수입은 어떠한가. 

Jerry. K : 뮤지션에 따라 극과 극이다. 나는 그동안 활발하게 앨범을 발표했고, 이번 앨범 ‘10’이라는 노래가 담고 있듯, 올해가 첫 앨범 ‘일갈 EP’의 10주년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 수준이다. 인지도와 경력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뮤지션들의 상황은 형편없을 것이다. 물론 잘나가는 뮤지션을 많이 벌겠지만.

예전에는 CD가 많이 팔렸다. 지금은 CD 시장이 죽었다. 대부분 음악 소비가 스트리밍을 통해서 진행을 된다. 음원은 CD 하나를 팔았을 때와 단가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메꾸는 방법이 많지 않다. 공연이나 레슨뿐이다. 음원 정액제를 반대했던 캠페인(stop dumping music)이 반짝하고 나서 음원 사용료가 한 차례 인상됐다. 언론들은 그 가격이 2배나 올랐다고 언론플레이를 했는데, 변한 건 크게 없다. 한곡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 음원 매출 단가는 3원 정도다. 기획사에 떨어지는 건 1, 2원 수준이다.  그 뮤지션은 그보다 적게 받는다.

미: 대기업에서 뮤지션을 위한 정책이나 전략을 내놓지 않았었나?

Jerry. K : 현대카드뮤직에서 요율을 조정하거나 뮤지션이 직접 가격을 매긴 음원을 판다든지 전략을 내놨지만 무력했다. 기존 소비자들은 멜론, 벅스, 엠넷, 지니 등 채널로 음원을 구입한다. 거기서 저렴하게 구입하는 데 다른 걸 살 유인이 생기겠나?

음원 구조의 수직화가 너무 강고한 탓이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데뷔한 스타가 이후 엠넷에 출연하고 엠넷을 통해 음원을 유통한다. 이런 방식으로 대기업 중심의 수직화가 뿌리깊게 자리 잡았다. 유통사는 그런 메이저 채널들과 뮤지션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현재 한 중소기업에 음원 유통을 맡기고 있는데 대기업 수직구조화 틀 속으로 들어가면 그 힘을 키워주는 것밖에 안 된다. 내 나름 소소한 저항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음원 정액제’를 자체를 반대하며 곡당 600원씩 받고 음원을 제공하는 뮤지션들도 있다. 외국 같은 경우는 유튜브, 아이튠즈가 뮤지션에게 무리한 요구나 부당한 대우를 하려 하면 중간에서 유통사들이 차단한다고 한다. 웃긴 건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산업구조가 비슷하다. 대기업.

미 : 엠넷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화제였다. 당시 제리케이에게 섭외가 왔나? 쇼미더머니에 대한 힙합씬 반응도 다양한 걸로 안다. 

Jerry. K : 개인적으로 쇼미더머니는 보지 않는다. 이번 시즌 기획 단계에서 작가들과 미팅을 한 적이 있다. 그동안 내가 SNS 상에서 시즌 1, 2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했고, 그래서인지 좀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였다.

‘프로그램 과정에 있는 (초반) 오디션 과정을 빼라’고 했다. 그건 힙합이 아니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일렬로 서서 심사위원이 점수판을 들고 채점을 하는 게 힙합인가? 짧은 시간 동안 심사위원 눈에 띄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기도 한다. 또 100초짜리 랩을 시켜놓고 일부만 잘라서 보여주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은 힙합을 음악으로서 접근하지 않는구나’는 생각을 했다.

   
▲ 쇼미더머니 시즌3
 

이 경연을 통해 많은 뮤지션이 주목을 받게 되고 그들이 벌여놓은 판에서 내가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는 싫다. 스윙스라는 힙합 뮤지션을 통해 ‘네가 나오면 띄워줄게’라는 식의 성공사례를 보여줬기 때문에 시즌 4때는 더 많은 사람이 나가려 할 것이다.

바비라는 친구가 시즌3에서 우승을 했다. 그 친구가 보여주는 무대 위 모습이 멋있어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믹스앤매치(MIX & MATCH)’라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더라. 힙합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친구가 다시 아이돌 그룹이 되기 위한 오디션 서바이벌을 치른다? 엠넷이 생각하는 힙합과 우리가 생각하는 힙합은 다르다.

미 : 아티스트 사회 참여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는 가수, 연기자들의 정치 발언에 매우 민감하다. 반면 제리케이는 적극 목소리를 낸다. 

Jerry. K : 사랑 노래와 정치 메시지가 담긴 랩을 할 때 반응이 다르긴 다르다. 사회 메시지가 담긴 곡을 할 때 (떨어지는) 팬 반응 십분 이해한다. 싫어하는 사람 반응도 이해한다. 사회비판 곡 때문에 나에게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는 이들 생각도 이해한다. 지금 시스템이 그러하니까. 또 보수정권 이후 반정부적 발언을 하는 이를 ‘종북빨갱이’로 만드는 매카시즘이 유행하고 있다. MBC의 ‘소셜테이너 금지법’만 봐도 알 수 있잖나. 1집을 냈던 2008년과 비교해 보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다 이해하는데 적어도 힙합하는 사람들이라면, 자기가 생각했을 때 옳고 멋있는 걸 해야 한다. 멋있는 힙합은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는 거다. 그런 것만 지켜도 참 좋을 텐데. 머릿속으로 이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걸 지켜보는 게 고역이다. 그런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힙합 음악을 좋아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 제리케이(Jerry.K) 사진 =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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