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언론단체들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재난현장에서의 취재윤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다,

언론단체들은 지난 16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피해자 인권보호 및 취재진 안전확보, 현장 취재협의체 운영 등을 골자로 한 재난보도준칙을 발표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많은 언론은 줄줄이 오보를 양산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등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 이후 언론이 재난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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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요구에 따라 한국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 나흘 후인 4월 20일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 10개항을 발표했고, 4월 23일에는 ‘재난보도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후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이 참여해 공동으로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다.

방송기자연합회,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어문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편집기자협회 등 10개 언론단체도 재난보도 준칙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 지난 4월 21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정문앞에 무료로 배포된 일간지들이 놓여있다. 사진=이치열
 

재난보도준칙은 전문과 1,2,3장, 부칙으로 구성됐으며 총 44개 조문을 갖추고 있다. 제3조 정확한 보도, 제6조 예방정보 제공, 제7조 비윤리적 취재 금지, 제10조 무리한 보도 경쟁 자제, 제15조 선정적 보도 지양, 제16조 감정적 표현 자제, 제17조 정정과 반론 보도 등 세월호 참사 때 논란이 됐던 취재윤리 및 부정확하고 자극적 보도를 겨냥한 조문들이 다수 포함됐다.

또한 제12조 ‘취재원에 대한 검증’에서는 “재난과 관련해 인터뷰나 코멘트를 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전에 신뢰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13조 ‘유언비어 방지’에서는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난보도준칙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제9조 ‘현장 데스크 운영’이다. 보도준칙은 “언론사는 충실한 재난 보도를 위해 가급적 현장 데스크를 두며, 본사 데스크는 현장 상황이 왜곡돼 보도되지 않도록 현장 데스크와 취재기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목포MBC 현장기자의 보고가 본사 데스크 차원에서 누락돼 ‘전원구조 오보’가 발생한 사건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피해자 인권보호’ 항목에서는 인권 보호 대상의 범위를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으로까지 확대했다. 제22조 ‘피해자 대표와 접촉’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표자를 정했을 경우에는 이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고 보도에 반영함으로써 피해자와 언론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자원봉사자와의 접촉도 이와 같다”고 명시했다.

‘안전 조치 강구’ ‘안전 장비 준비’ ‘재난 법규의 숙지’ ‘충분한 취재지원’ 등 취재진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문들도 포함됐다.

재난보도준칙 마련도 중요하지만 이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많은 언론사들이 자체적인 재난보도준칙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기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언론단체가 새로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에는 ‘지원 준비와 교육’ ‘교육 참여 독려’ ‘사후 모니터링’ 등 언론사의 의무도 명시되어 있다.

언론사들의 무리한 속보경쟁은 기자들로 하여금 보도준칙을 어기게 만든다. 재난보도준칙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장 취재협의체 운영’에 대해 명시했다. 각 언론사들은 보도준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협의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현장 데스크 등 각사 대표가 참여하는 ‘재난현장 취재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 취재협의체는 재난관리당국과의 협의, 대표 취재, 취재진 지원 등을 맡는 언론사들 간의 협의기구다.

재난보도준칙이 발표된 이후 많은 언론사들은 9월 17일자 신문에 <언론계 공동 재난보도준칙을 제정·시행합니다>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통해 “준칙을 지킬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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