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상임고문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76)이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조사까지 받게 됐다. 박 전 의장은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딸만 보면 예쁘다. 그게 내 습관이 돼서 귀엽다고 한 것”이라며 “그 때 (캐디도) 전혀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나타낸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 의도와 무관하게 피해자가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을 했다면 명백한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과 상식이다. 문제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성추행에 대한 인지 수준이 사회적 상식보다 낮다는 데 있다. 

김제남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최근 벌어진 박희태 상임고문의 성추행 사건은 그간 수없이 반복돼온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낮술 금지령을 내릴 게 아니라 여기자 성추행 논란의 당사자인 본인을 포함한 모든 의원·당직자들과 함께 성폭력예방 공개교육을 받길 권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연이어 터지는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성추문 파문은 4대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을 척결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선언을 무색케 하고 있다. 

   
▲ 박희태(새누리당) 전 국회의장
ⓒCBS노컷뉴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윤창중(58) 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방미 기간 벌어진 성추행 사건으로 전격 경질됐다. 미국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인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여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bed)”고 진술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인턴 직원과 술자리를 함께했고 신체접촉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엉덩이를 움켜쥔 게 아니라 허리를 한 차례 툭 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손가락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는데 그걸 어떻게 만졌다고 표현하느냐”는 박 전 의장의 구차한 변명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성추행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여기자들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당사자들에게 비공식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대표는 새누리당 연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술자리를 함께 했으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한 여기자의 허벅지를 짚는가 하면 다른 여기자에겐 자신의 무릎에 앉으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성추행 파문에도 불구 대구서부지청장으로 영전한 이진한 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도 박근혜 정부의 성폭력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출입기자단과 송년회에서 술에 취한 채 복수의 여기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을 해 검찰에 고소까지 당했지만 대검 감찰본부로부터 경징계인 ‘경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 전 차장은 지난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당시 윤석열 팀장이 이끌던 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하려 하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선거법 위반 적용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장은 검찰이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을 때도 결재라인에 포함됐지만 징계대상에선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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