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씨가 MBN 시사토크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됐다. 김씨 외에도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강용석 전 의원 등 종편 시사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치인은 다수다. 이처럼 종편이 전직 정치인들의 복귀무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N은 지난 12일 가을 개편을 맞아 시사 토크프로그램 <뉴스&이슈> 진행자로 김은혜씨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93년 MBC에 입사해 <뉴스데스크> 앵커 등으로 활약하다가 2008년 2월 청와대 외신담당 대변인에 발탁됐다.

김씨는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하다 2012년 12월 KT 전무로 근무했고, 2014년 2월 퇴사했다. 김씨가 KT 전무로 임명될 당시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IT 관련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KT 전무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부터),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안형환 전 한나라당 의원. 김 전 대변인은 MBC 기자로 시작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KT 전무를 맡다가 MBN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다시 복귀했다.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은 KBS 앵커로 시작해 16년 간 정치 활동을 하다 MBN 앵커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최근 복귀했다. 안형환 전 의원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대변인을 맡았고 최근에는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김씨는 청와대 대변인, KT 전무를 거쳐 다시 언론인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다. 송정우 MBN 홍보부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청와대 대변인이나 기업인으로서의 김은혜가 아니라 MBC 기자 시절 팩트에 접근하던 능력을 보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윤성 전 한나라당 의원도 비슷한 사례다. KBS 앵커 출신인 이 전 의원은 국회부의장까지 지냈지만, 지난해 10월 MBN 주말뉴스 앵커와 <시사토크 두루치기> 진행자로 복귀했다. 고재열 시사IN 기자는 PD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앞으로 종합편성채널 기자들은 자기가 취재하는 정치인이 공천을 못 받고 선거에 떨어지면 다시 데스크나 정치부 상관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취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시절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씨는 종편과 케이블 방송출연을 통해 방송인으로 부활했다. 강씨는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정혜전 이봉규 강용석의 황금펀치> 등에 출연해 정치·시사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사례는 많다. 이명박 정부 때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도 종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널A <이동관의 노크> 진행을 맡았고,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채널A <서세원 남희석의 여러 가지 연구소>의 고정 패널로 활동했다.

전직 의원들도 있다. 안형환 전 한나라당 의원은 MBN <뉴스와이드>와 JTBC <정관용 라이브>에서 고정패널로 출연해 정치 및 시사이슈에 대해 평론한다.

종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직 정치인 중에 한 명은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진성호 전 의원은 TV조선 <황금펀치> 고정 패널로 활동하고 있으며, <돌아온 저격수다> 등에서도 고정 패널로 활약했다.

이들은 진행자나 고정패널로 활동하며 정치 혹은 시사 이슈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드는 방식으로 ‘논평’을 한다. 고정패널들은 사실상 평론가 역할을 맡는다. 문제는 이들이 국회의원으로 출연할 때와 달리 이들의 이력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이들의 말을 언론인 혹은 ‘평론가’가 하는 말로 인식하고, 따라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는 점이다.

종편은 ‘종합편성’이라는 개국 당시의 취지와 달리 몇몇 패널들을 불러놓고 정치나 시사에 대해 대담하는 식의 토크 프로그램이 전체 프로그램의 주를 이루고 있다. 종편의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직 정치인’들은 재밌는 ‘정치 뒷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좋은 패널들이다.

또한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된 인물들이 나와 편파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는 대담프로그램 입장에서 ‘전직 정치인’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패널들이라 할 수 있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은 독립성이다. 청와대에 있고 정치권에 있던 사람들이 같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집단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을까”라며 “자신들이 대변하는 집단의 이해관계를 먼저 내세울 테니 공정한 중재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언론인은 공정할 것이라 생각하고 신뢰한다. 종편 역시 언론이기에 공정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며 “종편은 정치권 인사들이 방송을 활용하는 나쁜 사례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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