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소문과 함께 전 세계 IT 업계의 관심을 증폭시켰던 아이폰6가 10일(한국시간) 공개됐다. 추석 연휴 발표된 ‘아이폰6’ 소식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타임라인을 메웠고, 언론도 앞다퉈 보도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바라보는 한국 언론의 시각은 ‘복잡미묘’하다. 일단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제낀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애플에 거는 기대는 크다. 또한 애플이 한국 언론의 가장 큰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경쟁사라는 점도 논조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이폰에 대한 대표적인 보도행태는 신 제품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던 ‘혁신은 없었다’ 보도다. 하지만 이런 보도가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독자들의 입길에 올라왔다. 덕분에 이번엔 ‘혁신은 없었다’ 기사 제목은 확실히 줄었다. 

다만 새롭게 나온 아이폰6는 한국 언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미디어오늘이 11일 나온 아이폰6에 대한 한국 언론의 평가 기사를 추려봤다.

   
▲ 9월11일 동아일보 1면.
 

‘혁신은 없었다’ 대신 ‘잡스를 버렸다’

11일자 일간지를 장식한 아이폰6 기사의 제목은 대부분 ‘잡스를 버렸다’였다. 

동아일보 <‘잡스’를 버린 아이폰6>
세계일보 <'잡스' 지우고... 아이폰 대화면으로 돌아오다>
서울신문 <‘한 손에 쏙’ 잡스의 철학 버린 애플>
한겨레 <애플, 5.5인치의 선택 ‘한 손 철학’을 버렸다>

한국경제 <'잡스 철학' 버렸다…애플, 大화면으로 삼성 '갤노트4'에 도전>
“ ‘혁신은 없었다.’ ‘자존심을 꺾고 실용주의를 택했다.’ 애플이 9일(현지시간) 내놓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에 대한 평가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혁신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국민일보 <잡스 그늘 벗은 팀쿡>
“쿡의 시대를 알리는 제품은 애플워치(Apple watch)였다. 그동안 ‘아이워치’로 알려졌던 스마트워치다. 잡스는 97년 애플에 복귀한 이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제품에 ‘아이(i)’ 브랜드를 사용했다. 쿡은 애플워치에 ‘아이’를 쓰지 않았다. 애플워치가 잡스의 유산이 아니라 쿡 체제의 애플이 만든 첫 번째 작품이란 의미다.”

   
9월11일 중앙일보 1면.
 

■ 제목은 ‘잡스를 버렸다’로 바뀌었지만, 내용은 ‘혁신은 없었다’에 집중됐다

중앙일보 <다급했나 … 애플 '잡스 유산' 도 버렸다>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혁신 없는 제품은 영혼 없는 생명체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애플에서는 경쟁사 제품을 따라 한다는 건 금기였다. 이런 애플이 변신을 선언했다. 잡스를 버리고 적(敵)이 간 길을 쫓아가기로 했다.”

전자신문 <키웠다, 예상했던 만큼만… 커졌다, 혁신의 빈자리>
“아이폰6와 애플워치가 발표되자 이번에도 ‘와우’를 불러올 혁신은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발표 전 유출된 디자인이나 하드웨어 스펙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탈 재질도 이미 적용한데다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보편화된 소재다. 혁신으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던 과거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예전만 못한 애플의 보안 문제가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동아일보 <‘잡스’를 버린 아이폰6>
“화면 크기를 제외하고는 시장과 업계가 예상 혹은 기대했던 변화는 없었다. 특히 디자인과 기능에서 완전히 새롭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찾아보기 힘들었다. 3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과 중국 베이징(北京), 미국 뉴욕에서 동시에 공개한 새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엣지’에서 볼 수 있었던 세계 최초 커브드 측면 디스플레이 장착 같은 ‘확연히 다른 시도’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에는 없었다는 뜻이다.”

   
9월11일 경향신문 18면
 

■ 많이 줄었으나 일부 언론은 ‘혁신은 없었다’ 제목을 이어갔다

경향신문 <베일 벗은 애플 ‘아이폰6’ 크기만큼 ‘혁신’은 없었다>
“애플의 이날 행사에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대화면’과 애플 워치의 ‘배터리 용량 문제’다. (중략)‘애플’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빼고 제품 사양만 보면 아이폰6는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보다 떨어진다.”

머니투데이 <아이폰6, '잡스 고집' 버렸지만 혁신은 없었다?>
“이날 발표한 아이폰6가 새로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화면을 키우는 한편 카메라의 손떨림 보정 기능 등을 추가했지만 쿡 CEO가 밝힌 것처럼 '아이폰 역사상 가장 큰 진보'를 이뤘다고 하기에는 혁신적인 면에서 뒤진다는 평도 나온다.”

   
9월11일 디지털타임스 1면.
 

■ 애플 기사에 삼성전자는 빠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건 삼성전자와 비교하는 보도다. 갤럭시-아이폰 경쟁을 중점적으로 부각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일보 <화면 커진 아이폰6… 삼성 추격위해 ‘잡스의 철칙’ 깨다>
“애플워치 역시 이 분야 선두주자인 삼성 기어시리즈의 대항마로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정보통신(IT)시장 정상을 놓고 또 한 번의 전면전을 벌이게 됐다.”

디지털타임스 <애플 '대화면 아이폰6' 삼성 겨눴다>
“애플이 달라졌다. 스티브 잡스 시대에 고수해왔던 애플만의 제품 철학을 접고, 대중 요구를 적극 수용해 판매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존 전략을 틀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삼성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 아이폰6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언론은 적었다

일부 IT 전문매체의 평가는 결이 조금 다르다. 물론 언론마다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블로터닷넷 <[써보니] ‘아이폰6’ 달라진 화면, 새롭고도 낯선 블로터>
“아이폰6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보다 늘 아이폰을 묶어왔던 화면 크기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새 아이폰은 판을 엎어놓을 새로운 제품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더 세련되고 더 강력하다. 이제 아이폰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과 그 안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방향성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어우러지는 제품이다.”

   
▲ 9월4일 동아일보 경제 B01면.
 

■ 반면 앞선 삼성 신제품 기사에는 ‘혁신’이 유난히 많았다

지디넷 코리아 <갤럭시엣지, 스마트폰 혁신이 지속되다>
“그동안 베젤을 없앤 스마트폰이나 휘어지는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하나의 디스플레이를 꺾어 측면 베젤을 이용하도록 만든 제품은 없었다. 갤럭시엣지는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속됐던 “혁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에 대한 삼성전자의 응답이다.”

파이낸셜뉴스 <갤럭시S5 ‘소프트웨어 혁신’ 택했다> 
“전반적으로 하드웨어 혁신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번 새로운 하드웨어 혁신을 강조했던 전작들과 확실히 달랐다. 대신 삼성전자는 갤럭시S5를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의 일상에 다가가는 데 충실했다는 점이 단연 돋보였다.”

머니투데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노트 엣지 공개 "최고만 모았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기술을 모두 담은 야심작 '갤럭시 노트4'와 '노트 엣지'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이 베일을 벗었다. 특히 이 제품들은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의 실적부진을 해결할 '구원투수'들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 물론 ‘혁신은 없었다’가 아이폰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삼성전자 제품에도 이런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다만 이런 기사는 양적으로 확실히 적다.

JTBC <베일 벗은 갤럭시S5…'생활'은 있고 '혁신'은 없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직전 모델에 비해 제품이 다소 무거워지는 등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닷컴 <갤S5, 깜짝 놀랄만한 기술은 없었다…혁신성 대신 편의성 강화>
“마침내 베일을 벗은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에는 주목할만한 혁신성이나 파격적인 디자인은 없었다. 대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편의성을 강화한 부분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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