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내부 구성원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KBS 이사회는 5일 오전 야권추천이사들의 불참 속에 호선을 거쳐 만장일치로 이인호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의 임기는 전임 이길영 이사장의 잔여임기인 내년 8월까지다.

호선이라는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이인호 이사장 선임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 데다 야권추천이사들이 이 이사장을 반대하며 표결에 빠진 상태에서 여권추천이사들만으로 선임이 이뤄져 KBS 안팎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추천이사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전광석화 같은 진행 과정을 보면 정부에 방송장악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야권추천이사는 이 이사장 선임에 대한 질문에 “앞서 발표한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BS 내부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분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KBS 노조는 앞서 노보를 통해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독립 쟁취를 위해 사생결단의 투쟁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작년 9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부쳐 역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기자회견’에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자회견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 관계자도 “야권추천이사들이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이 이사장을 반대한 상황에서 여권추천이사들만의 날치기를 한 셈이라 인정할 수 없다”며 “지속적으로 이인호씨를 이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며 부임하더라도 이후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에 개입하는지 치밀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호 신임 이사장은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다. 이 이사장의 조부 이명세씨는 일제에 협력해 태평양 전쟁에 참여하라고 밝히는 등의 행적으로 친일파로 꼽히고 있다. 이인호 이사장도 지난 2008년 “두 세대쯤 앞에 태어나 지금까지 정도의 ‘출세’를 했더라면 지금쯤 나도 친일인사 명단에 올라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빚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이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을 친일파에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이 외에도 최근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교회강연이 문제가 되자 문 후보자를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뉴라이트 학자가 주축이 된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을 맡고 있으며 ‘뉴라이트 교과서’로 일컬어지는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의 감수를 맡아 친일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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