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0시 KBS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사로 임명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 앞서 이인호 KBS 이사 임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등 KBS 야당추천이사들은 5일 오전 9시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늘 긴급 이사회는 호선을 빙자한 추대”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야당추천이사들은 “이인호씨는 이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그의 극우 사상과 역사 인식이 공영방송 KBS가 지켜야 할 공정한 여론 형성의 책무에 부합할 수 있는지, KBS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수장에 어울릴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품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은 “전광석화 같은 진행 과정을 보면 정부에 방송장악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KBS 본관 앞에서는 언론단체 및 역사단체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호 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인호씨는 방송 문외한으로 누가 봐도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문창극에 찬사를 보낸 인물로 역사관이나 언론관에 있어 문창극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제2의 문창극’”이라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조, 민언련, 언론연대 등 언론단체 관계자들과 역사단체 관계자들이 5일 이인호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정상근 기자 dal@
 

이들은 “‘박근혜 아바타’ 이인호씨를 공영방송 최고 의결기관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KBS 장악의 야욕을 버리지 못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박 대통령은 KBS 장악시도를 중단하고 이인호 이사 임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인호 이사에게도 “‘제2문창극’의 미래도 그와 같을 것”이라며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다카키 마사오의 딸과 친일파의 손녀는 통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을 오염시켰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언론노조와 시민사회, 양심인들은 두고 볼 수 없다”며 “우리 자식대에서도 친일인사들이 큰 소리를 치고 극소수의 지배층이 다수를 착취하는 구조와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청와대 구중궁궐의 1명만을 위한 방송”이라며 “공영방송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방송해야 하는데 과연 이인호씨가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BS 출신인 현상윤 새언론포럼 회장은 “KBS 구성원들은 잘해보려 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이를 막고 있다”며 “출세만 생각하는 낙하산 사장과 방송관료집단은 매국노와 다를 바 없는 매방노”라고 비판했다.

독립운동가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위원은 “친일파는 3대가 흥한다더니 4대~5대가 흥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인호씨의 조상이 아니라 이인호씨가 조상의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국역사 왜곡에 앞장서 왔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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