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에도 ‘디지털 퍼스트’ 바람이 불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말 두 차례에 걸쳐 ‘혁신 3.0’이라는 제목의 혁신안을 간부 워크숍에서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온라인에 이전보다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종이신문은 탐사‧심층 중심으로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혁신3.0 실무TF’ 간사인 이봉현 한겨레 경제·국제 에디터(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크게 보면 온라인과 지면, 조직 부문 변화 방향을 담고 있다”며 “온라인 디지털 부문에서 콘텐츠 생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것과 연동해 종이신문은 어떻게 만들지 등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오는 30일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영설명회 전까지 혁신안을 보완해나갈 전망이다.

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지부장 박종찬) 노보와 이 에디터 말을 종합하면, 혁신안은 크게 온라인, 지면, 조직 부문으로 나뉜다. 온라인 부문에서는 페이지뷰(PV) 증대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면 분야에서는 탐사‧심층기획을 강화해 월요판 신설 및 독자 요구에 부응하는 각종 테마면 재편을 담고 있다.

온라인 분야 강화를 강조한 인사 개편도 이뤄질 예정이다. 디지털 부문 인력을 강화하고 편집국 역량을 최대화한다는 게 뼈대다. 이 에디터는 “시스템과 한겨레 지면 변화에 따른 인사개편도 내달 초 예정돼 있다”며 “30일 경영설명회를 거치면 혁신안 내용이 조금 더 구체화하고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사옥. (사진 = 김도연 기자)
 

이런 변화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여타 진보언론보다 SNS 활용도에 있어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가 페이스북이다. 경향신문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는 19만을 넘고,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경우는 19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인터넷 언론 민중의소리는 16만, 오마이뉴스는 14만이다. 반면 한겨레는 9만 7천으로 이들 언론사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겨레는 페이지뷰를 200만 수준에서 400만까지, 페이스북 좋아요 1위 달성 등을 혁신안 주요 목표 하나로 내세웠다.

내부 구성원 모두가 반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는 지난 3일 노보를 통해 “혁신안 속에는 다양한 층위가 뒤섞여 있어 전체 내용을 하나의 틀거리로 꿰기가 쉽지 않다”며 “혁신안 속에는 콘텐츠를 강화하자는 전략인지 경영 효율화를 이루자는 전략인지 갈피를 잡기 힘든 세부 내용들이 뒤섞여 있다. 현황과 역량에 대한 진단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혁신안에 현장 조합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이는 편집국 고위 간부들이 직접 티에프 주축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티에프 안에는 실질적인 조직 개편 방안이 논의되는데 정작 해당 부서 조합원들은 관련 내용을 아예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정재권 한겨레 전략기획실장은 “고마운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안은 최종본이 아니”라며 “콘텐츠 혁신을 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영역은 역시 편집국이다. 9월 한 달 동안 내부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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