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제 지인들도 그래요. 아직까지 수색하냐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엄마는 아직 차가운 진도 바다 속에 있다. 세월호 참사 141일, 시신이 수습되지 않은 지는 48일이 지났다. 진도에는 아직 10명의 실종자가 있고 수색도 이어지고 있다. ‘잊지 않겠다’고 했지만 진도 실종자 가족들은 ‘이미 잊혔다.’ 일반인 희생자 이영숙(53)씨의 외동아들 박경태(29)씨를 2일 전화로 인터뷰 했다.

경태씨는 원래 인터뷰를 계속 거절해왔다. 일부러 소셜네트워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뉴스에서 진도 소식이 점점 나오지 않았다. 그 많던 기자들은 JTBC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다. 24시간 운영하던 진도체육관 약국은 이제 12시간 만 운영한다. 팽목항에 있던 가족식당은 문을 닫았다. 그는 “방송은 아예 안 나오고 이제 저라도 아직 진도에 사람이 있다고 알려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제주도 유명 호텔 식당에서 일을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생계를 위해 떨어져 지내던 경태씨와 내년부터 제주도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그리고 인천에 남아있던 짐을 제주도로 옮기다가 변을 당했다. 마침 트럭을 운전하던 지인이 “빈 트럭으로 제주도로 돌아간다”며 저렴하게 짐을 옮겨주겠다고 했다. 엄마도 트럭 운전수들과 함께 3층 선미 뒤쪽 객실에 머물렀다. 하지만 엄마만 살아나오지 못했다. 

   
▲ 지난 6월 진도체육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트럭 운전하시는 분들은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해도 배를 오래 탔으니 감이 있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정말 가만히 있었나봐요. 또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몸도 안 좋거든요. 보통 사람들처럼 거기를 나올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엄마의 짐을 날랐던 트럭 운전수 경태씨에게 죄책감이 든다며 수차례 사과했다. 경태씨는 “그 분이라도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엄마를 못 찾는 시간이 길어지니 그도 점점 지친다.
 
벌써 141일, 이렇게 길어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간간히 실종자가 나오면 희망이라도 있을 텐데 수색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여름은 태풍 때문에 어렵고 날씨가 추워지면 추워지는 대로 수색이 어렵다고들 한다. 바람이 세게 불어 풍랑이 한번 치고 가면 배는 그만큼 무너진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족들의 마음도 무너졌다. 

그는 “정부에서 제대로 된 계획이나 대책을 내줬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색을 얼마나 정확하게 했는지, 이런 상태면 유실 가능성이 얼마인지,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제발 하나라도 명확하게 말을 해주면 좋겠어요. 무엇 하나 딱 부러지게 말하지 않으니 더 답답해요. 그냥 가족들이 나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거 같아요.” 

함께 기다리던 외삼촌은 속이 문드러졌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탓이다. 외삼촌은 하루 종일 담배를 피웠다. 병원에서 폐에 수포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폐의 3분의 2가량을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외삼촌은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중이다. 

경태씨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엇다. 그는 결국 지난 7월 엄마를 찾지도 못한 채 합동분향소에 영정사진을 올렸다. 그는 그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찾으면 올리려고 했는데,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하세요”라고 썼다. 

이제 곧 추석이다. 그는 이번 추석을 진도에서 맞는다. 16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 벌초는 이미 지난 주말에 마쳤다. 추석이 되면 자원봉사자도, 민간 다이버 일부도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진도를 떠나지 못한다. 가족들은 알아서 밥을 준비해 먹기로 했다고 한다. 경태씨는 “추석이라고 뭐가 다를 게 있겠어요”라고 답했다. 

이 기다림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까. “여태껏 안 나오는 것 보면 어머니는 저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안 나오는 것 같거든요. 좋은 모습만 기억만 아들에게 남겨주기 위해서 그런 거 같아요. 이제 겨울이 오고 어느 순간이 되면 수색도 끝날 테지만 끝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일 힘든 사람은 어머니 당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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