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해고된 YTN 기자 6명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만 3년이 넘도록 깜깜무소식이다. 상고 접수일인 2011년 5월 27일부터 무려 1200여 일이 지났지만 대법원은 “최선을 다해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종면 전 언론노조 YTN 지부장을 포함한 기자 6명이 2008년 MB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 일시에 해고된 것과 관련, 1심 재판부는 이듬해 “YTN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이익을 도모하려했던 동기를 고려할 때 해고는 부당하다”며 ‘전원 복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11년 항소심 재판부는 “방송관련 법령상 하자 없는 구본홍의 과거 경력을 문제 삼아 구본홍의 대표이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주주총회 방해, 출근행위 방해 등을 한 것은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YTN 기자 6명 가운데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기자에 대한 해고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해 5월 YTN 해직기자들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3년이 넘도록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 2008년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기자들(왼쪽부터 조승호, 우장균, 현덕수, 노종면, 권석재, 정유신) (사진 = 언론노조 YTN 지부)
 

해직기자들의 변호를 맡은 강문대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그걸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상당히 판결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속한 판결을 내리려는 모습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에 접수된 해당 사건 기록을 보면, YTN 노사 대리인들은 2011년부터 소송위임장, 상고이유서 및 상고이유보충서 등 재판에 요구되는 기록을 대법원에 제출해왔다. 2012년 3월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 소속 기자들이 해고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9월 이후 재판부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현복 대법원 홍보심의관은 1일 “이 사안은 검토할 게 많은 사건이다. 보통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가 일반적이나 검토해야 할 쟁점이 많다고 볼 수 있다”며 “작년에 판결이 났던 고엽제 사건도 4년이 다 돼서야 결론이 나왔다. 사건에 따라 심리 기간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홍보심의관은 ‘직무유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대법관들은 수시로 합의하고, 끊임없이 추가 연구 및 검토를 한다”며 “대법관들은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일에 몰두한다. 직무유기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 YTN 상암 신사옥. (사진 = 김도연 기자)
 

대법원 선고가 기약 없이 지연되자 YTN의 내부 기자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결정이 신속히 나와야 한다는 견해와 현 시국에서의 빠른 판결은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나오고 있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는 “하루빨리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할 대법원이 너무 무책임하다”며 “사측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해고된 만큼 대법원 판결이 빨리 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조 기자는 “직업은 생계수단일 뿐 아니라 한 개인의 사회 활동의 공간”이라며 “직장을 통해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개인의 기본권을 박탈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해직기자인 우장균 YTN 기자는 원심을 뒤집고, 철도노조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는 지난달 말 대법원 판결을 예로 들며 “원심보다 수구적 판결을 내리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사법부를 고려하면, 빠른 판결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우 기자는 “대법원의 빠른 판결만 독촉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2심에서 ‘해고 유효’ 판결을 받은 이들이 회사로 돌아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사법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YTN 해직기자들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장혁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내부에서도) 이런 시국에서 6명 모두 해고 무효 판결을 받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법원의 선고 지연은 노사가 법원 판결 전 스스로 나서서 해직사태 해법을 모색하라는 법원의 신호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배석규 사장을 포함한 사측 경영진은 기자 3명이 해고되는 것으로 이 사안을 마무리 짓고자 할 테지만 법적 분쟁만으로는 내부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는다”면서 “사측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더 이상 해직사태를 외면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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