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 후에도 45일째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보수언론의 사생활 들추기와 ‘흠집 내기’ 보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연일 김영오씨와 관련한 사소한 말과 행동까지 문제 삼으며 김씨에 대해 ‘순수하지 않은 반동분자’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TV조선은 지난 26일 시사프로그램 <황금펀치>에서 김씨가 지난 4월 17일 세월호 참사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다 받아버릴까”라는 등의 과격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 진행자인 이봉규씨는 김씨를 ‘국가전복세력’인 것처럼 비방하며 김씨가 보상금을 비롯해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권과 피선거권까지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씨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 단 한 사람도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가족을 잃은 것과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듯한 행동과는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씨가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한 보상금을 하나도 안 받겠다고, 정치도 절대로 안 하겠다고, 금속노조 지도부를 절대로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온 국민이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26일 TV조선 <황금펀치> 갈무리.
 

하지만 TV조선 등이 보도한 당시 체육관 현장 분위기는 체육관에서 애타게 세월호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이 해경의 무능력하고 기만적인 구조작업에 분노가 치솟을 때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가족들과 가진 면담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에게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현장에서도 모든 각오로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면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확실하게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책임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약속했다.

그러자 실종자 가족들은 “우리가 배를 타고 현장에 갔다 왔는데 구조인원은 2명뿐이고 해경 상황실은 아무것도 모른다. (해경청장은) 함선에서 내려와서 이틀 동안 무엇을 했느냐”, “공기 주입을 빨리 하라고 명령해 달라”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당시 김석균 청장은 “공기를 집어넣기 위한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업을 우리가 계속했다”고 답했지만 가족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박 대통령은 “책임지고 현장에 대해 즉각 알 수 있는 사람을 아예 배치해 계속 연락하며 현장을 설명하고, 가족이 요청한 것에 대해 즉각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도 “내가 중요한 사항은 직접 와서 브리핑을 계속하고, 서해청장을 상시 배치해 브리핑하고 가족들이 원하시면 언제든지 달려 오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김영오씨가 나선 건 바로 이때다. 김씨는 박 대통령 등이 서 있는 단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한참 설명하다가 “책임자를 바꿔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상황이 매우 소란스러웠기 때문에 김씨가 했던 말의 극히 일부만이 들렸다. 하지만 조선·동아일보 등은 김씨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했던 발언만 보도했다. 

잠시 후 옆에 있던 경호원이 김씨를 제지하자 김씨는 단상 쪽이 아닌 가족들 쪽을 향해 욕설과 함께 “다 받아버릴까”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조선일보 등은 마치 김씨가 대통령에게 욕설을 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현장 분위기와 발언의 전후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왜곡 보도다. 
  
실제 당시 체육관에서는 박 대통령의 태도를 두고 ‘대통령이면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니냐. 도리가 아니다’는 식의 불만을 토해내며 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가족들이 많았다.

박 대통령도 그런 가족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가족분들과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마지막 한 분까지 구조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만약에 오늘 여러분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이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약속에 김씨는 일어나 손뼉를 치며 “기자들이 생방송으로 내보내 달라”고 호응했다. 

유가족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보도를 남발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행태에 대해 누리꾼들은 “저기서 논란이 되는 건 김영오씨가 아니라 ‘모든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거짓말한 박근혜와 해경청장의 발언이다”, “자기보다 더 사랑했던 자식이 갑자기 죽었는데 제정신이겠습니까? 나 같으면 더 했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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