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이 점입가경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에게 ‘과격’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여념이 없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수습에 6,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법석을 떨었다. 이 신문들에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은 관심 밖이다. 

조선‧동아, 연일 ‘유민아빠’ 조리돌려 
TV조선, 유민양 외할머니 집까지 찾아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른바 ‘아빠 자격 논란’이라며 김영오씨를 공격해 왔다. 이들은 김씨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자 ‘과격’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으로 프레임을 틀었다. 그의 인신을 공격함으로써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유가족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짙다.

   
▲ 조선일보 27일치 10면
 

조선은 27일자 10면 <참사 후 진도체육관서 朴 대통령에 막말>에서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가 과거 진도체육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는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김씨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학생 김유민양의 아빠다. 영상은 세월호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 박 대통령이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찍힌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유족들이 연단 아래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공기를 넣어달라’ ‘잠수부를 투입해달라’ 등의 요구를 하던 상황에서 자리에서 일어선 김씨가 박 대통령 쪽으로 팔을 휘두르며 ‘사람(책임자) 바꿔 달라니까’라고 소리쳤다”며 “이어 ‘아주 씨X, 내가 다 받아버릴까 한 번’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직후 대통령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고 보도했다. 

자식이 깊디깊은 바다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걸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부모에게 상황 파악을 못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위로가 될 수 있었을까.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실종자 구조에 사실상 손을 놓은 해경에 극도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유가족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도였다. 

또한 영상을 보면, 김씨가 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욕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25일부터 연일 김씨에 대한 비난 기사를 쓰고 있는 엄보운 조선일보 기자에게 26일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는 홍보부로 일원화돼 있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 동아일보 27일치 12면
 

동아일보 역시 27일자 12면 <유민아빠의 ‘진도체육관 막말’>에서 이 영상을 소개하며 “김 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 대통령이 서있던 단상을 향해 ‘사람 바꿔 달라니까! 책임자를 바꿔 줘!’라고 고함을 쳤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제지하자 김 씨는 돌아서며 ‘××, 받아버릴까 한번’이라고 거친 말을 내뱉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주주인 종편채널 TV조선과 채널A는 지난 26일 이 사실을 앞서 보도했다. TV조선은 <정치성향 논란…보육료 공개>에서 이 영상을 두고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의 정치 성향을 짐작케하는 영상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진정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TV조선, 채널A 26일자 보도. (상단 : TV조선(왼쪽), 채널A. 하단 : TV조선 인터뷰)
 

채널A는 <“나와 박근혜 누구 고집 센지 보여줄 것”>에서 “이제 박근혜 하고의 싸움이 남아있잖아요. 내 고집이 센지, 박근혜 고집이 센지 보여준다 그랬잖아요”, “애들도 아는데 설마 쟤들이 모른대요? 알기 때문에 안 해주는 거예요. 제정하는 순간 자기 모가지 다 날아가는 거 아니까” 등의 김씨 발언만 잘라서 보도했다. 어떠한 맥락에서 나온 발언인지, 그가 그런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특히 TV조선은 이날 ‘단독인터뷰’라며 유민양 외할머니를 인터뷰했다. 취재 기자는 사안과 전혀 무관한 유가족의 현관문 앞까지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민양 외할머니는 “(유민이) 아버지가 사위인데, 나하고는 아무 관련 없어”, “(단식) 하든지 말든지, 난 그거 신경 안 써”라고 말했지만 이 발언이 김씨의 진상규명 요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다. 보도 가치가 없는 것을 부풀려 김씨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데 이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 중앙일보 27일치 1면
 

아직도 배 안에 10명 있는데, 중앙은 수습비용 계산 중

조선‧동아가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면, 중앙일보는 세월호 사고 수습 비용을 계산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중앙은 27일자 1면 <세월호 수습 6213억 든다>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에 필요한 정부의 비용이 62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양수산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세월호 사고 관련 소요재원 추정’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수습 비용은 ‘야당·유족 요구사항’ 977억3000만원과 ‘수색·사고수습 및 피해배상’ 5236억6000만원 등 6213억9000만원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중앙은 해양수산부의 자료를 통해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말미에서는 “세월호 수습 비용 6213억원은 인구 25만 명인 경남 거제시의 올해 예산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과도하다는 뉘앙스다. 중앙일보의 1면 편집은 세월호로 인해 경제 민생이 위태롭다는 ‘경제위기’ 프레임에 다름이 아니다. 이 역시 유가족을 압박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보수언론의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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