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로 단식 44일째를 맞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공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김씨가 ‘고(故) 유민양의 아빠로서 자격이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며 흠집을 내고 있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방송은 되레 논란을 확산시키는 리포트를 내보내고 있다.

김씨에 대한 비난 대열의 선봉은 조선일보다. 지난 25일 조선일보 5면 기사 제목은 <유민 外家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안돼”>이다. “(김씨가)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렸을 적) 그때는 애들을 돌보지 않더니 왜 지금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익명의 유민양 외가 인사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동아일보도 이날 관련 내용을 5면 <유민아빠 ‘아빠의 자격’ 논란>에서 다뤘다.

   
조선일보 25일치 5면
 

조선일보는 지난 26일자 10면 <“내 고집이 센지, 박근혜 고집이 센지 보여준다”>에선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3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가 과거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은 “김씨가 인터뷰에서 ‘박근혜 고집 꺾으러 갈 것’ ‘(특별법) 제정하는 순간 (정부와 정치인들) 자기 모가지 날아가는 거 아니까 안 해주는 거다’ 등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에 대해 지나친 적대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김씨가 무고한 딸을 비극적 사고로 잃었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과격’ 이미지를 덧씌운 것. 김씨는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혼을 했고, 지난날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고 밝혔는데 이들 언론들은 집요하리만치 김씨의 인신을 공격하고 있다.

방송 역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YTN은 지난 24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김씨를 비난하는 댓글을 남겼던 유민양의 외삼촌 윤도원씨 발언을 인용하며 “김영오 씨가 이혼한 뒤 전처에게 양육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단식에 대한 진정성 논란까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부터 세월호 가족대책위를 돕고 있는 원재민 변호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민양) 아버지가 교황을 만난 것에 대해 ‘34일째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가 아니라 그냥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표현했던 한 방송사는 저 댓글에 대해서는 한자 한자 읽어주듯이 자세히 밝혔다”면서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아버님의 글은 간단히 소개할 뿐만 아니라 ‘김영오 씨가 이혼한 뒤 전처에게 양육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는 허위사실까지 덧붙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TV조선 ‘뉴스쇼 판’ 25일자 방송
 

논란이 확산되자 오마이뉴스를 통해 유민양의 동생 유나양이 직접 아버지에 대해 “친구 같은, 다정다감한 아빠예요. 같이 있으면 편해요..(중략)..저랑 언니에게 최대한 잘해주려고 하는 게 보였어요. 저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고요”라고 말했지만 방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특히 TV조선 ‘뉴스쇼 판’은 지난 25일 두 꼭지(<‘아빠의 자격’ 진정성 논란>, <‘단식 투쟁’ 순수성도 논란>)를 할애해 “진짜 40일 넘게 단식한 게 맞냐부터 단식의 목적이 다른 데 있는 것 아니냐, 노조 조합원이었다 등 (논란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김영오씨 순수성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분명하다”며 김씨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MBC 역시 이 대열에 동참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5일 12번째 꼭지 <“이혼 뒤 외면” “사랑 각별했다”>를 통해 윤씨의 댓글 내용과 김씨의 반박 및 유나양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불거진 논란을 사실 보도로 정리해야 할 공영방송이 되레 논란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MBC의 한 기자는 “이 사안은 유나양의 언론 인터뷰가 나왔을 때 종결됐어야 했다”며 “유나양보다 김씨를 잘 아는 이가 어딨겠느냐”며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김영오씨가 지난 21일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보수언론이 유민아빠의 사생활까지 파헤치면서 논란을 확산하는 데에는 세월호가 정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국민이 원하는 진상요구를 외면한 채 보수정권 확성기를 자처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 변호사는 “의혹을 제기하려면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서 사실을 보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현재 언론은 흠집 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며 “유민이 아버지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쏟아지는 음해성 보도에 많이 힘겨워하고 있다. 허위사실에 대해 정정을 해야 할 언론이 의혹 자체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씨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 유포에 대응하고자 양육비 지출 내역 등 모든 자료 준비했다. 오늘(26일)부터 법적 대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