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지방경찰청이 지난달 한 인터넷언론사에게 북한 관련 기사 삭제를 요구해 해당 언론사가 반발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성남시에 위치한 <미디어라이솔>의 북한 관련 기사가 정보통신법을 위반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미디어라이솔>은 경찰이 정상적인 심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고 해당 기사들은 이미 국내에 나온 기사라며 삭제를 거부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지난달 초 <미디어라이솔>의 통일 카테고리 뉴스 41건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자진삭제를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게시물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하기 전에 미리 자진삭제를 권고하는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북경찰청은 삭제를 권고한 기사의 경우 북한의 입장이 포함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기사 중에는 ‘우리민족끼리’나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나온 (북한 측이 발표한 성명 등) 북한의 원자료가 여과 없이 인용된 것이 있었다”며 “경찰 업무가 북한의 원자료를 게시한 곳을 찾는 것이라 삭제요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측 입장을 일부 인용한 기사도 삭제 요구 대상에 포함됐다. 이 관계자는 “공문에는 41건이라고 나왔지만 재확인한 결과 일부분을 인용한 것과 내용이 약한 것이 있어 이를 제외하고 방통심의위원회에 목록을 제출하려 한다”며 “우리가 간과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 미디어라이솔 홈페이지.
 

그러나 <미디어라이솔> 측은 전북경찰청이 기사의 요건을 모르고 삭제요청을 하는 것이라 반박했다. <미디어라이솔> 고승우 편집인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삭제를 요청한 기사들은) 이미 국내에서 보도된 북한 관련 기사들”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자의적으로 기사를 판단해 삭제요구를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편집인은 “그 기사들은 연합뉴스에 나온 보도를 인용하거나 미국의 소리 등 해외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북한 발표의 전문을 실은 경우는 있지만 보도 뒤에 전문을 붙이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고 편집인은 “남북관계에 있어 남북이 성명 등을 통해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보도한 경우인데 (경찰이) 그런 기사에 개입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고 편집인은 “제목에 대해서도 삭제요청을 했는데 제목은 기사의 요약이고 남북관계와 관련된 북한의 주장을 요약·축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언론의 생리를 잘 모르는 경찰이 이런 방식으로 기사삭제를 요청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고 편집인은 “기사를 삭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일반 블로그의 경우 북한 입장이 실리게 되면 자진삭제 권고 없이 내사에 돌입하게 된다”며 “언론매체는 특수성이 있으니 내사 과정 없이 자진삭제를 요청하는 것이 절차”라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을 운영하는 분들은 반감을 가질 수 있지만 절차대로 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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