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동조단식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도 릴레이 동조단식이 열풍처럼 번져 나가는 추세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서 동조단식에 참여한 시민은 총 3300여 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 22일 고(故)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째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 간 후, 김씨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단식에 동참한 시민들만 3일 동안 10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대책회의가 온라인을 통해 모집 중인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단에 동참을 선언한 시민들도 2만5000명 이상이다.

지금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 동조단식이 종교인들과 개인적 차원에서 주로 진행됐다면 점차 문인들과 대학생들의 단식처럼 집단적 단식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 모집 공고
 

2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유족들의 슬픔을 함께하고 대통령의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한국작가회의의 동조 단식에 참여한 이시백(58) 소설가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여야가 유족 의견을 무시한 채 특별법을 왜곡해 만들고 여론몰이로 유족을 상처 내며 진정성을 훼손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내야겠다는 생각에 단식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상금을 놓고 유족을 분열하고 슬픔을 모욕하는 것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 소설가는 대통령이 약속한 특별법 제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들은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고, 언론은 국민적 재난에도 의도적으로 여론을 왜곡·호도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버지로부터 사과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생들과 함께 지난 25일 8일간의 동조단식을 마쳤다는 박태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22)은 “함께 단식에 참여했던 친구 중에는 원래 이런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면서 “유가족들이 대통령과 국회에 호소하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며 김영오씨를 살리기 위해 동참한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파와 사상을 떠나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탄압과 무관심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가족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단식 열풍은 해외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식 중이던 김영오씨가 병원에 입원한 지난 22일 페이스북에는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해외교포들의 릴레이 단식(Fast4Sewol)’ 커뮤니티가 개설돼 세계 각 지역의 교포들이 릴레이 단식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릴레이 해외학자 동조단식에 참여한 김기선미 미국 라마포대 교수. 사진='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해외교포 릴레이 단식' 페이스북
 

이들은 “이역만리에서 조국의 참담한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청원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에 함께하던 해외동포들은 단식을 하는 유가족들과 연대하고자 지난 18일부터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다”며 “우리 해외동포들도 릴레이 단식으로 김영오씨의 40일 단식을 이어가며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이 제정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배고픔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청와대를 비롯한 여당과 야당은 유가족의 입장에서 진실을 밝힐 자세를 보여주지 않았고, 오히려 유가족들이 보상을 위해 특별법을 요구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해 수사·기소권도 없는 말뿐인 특별법을 합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대통령도 잡아주지 않은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잡아준 교황이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알려줬듯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고 가족들의 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해외 학자들을 비롯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세월호 희망기원소’와 ‘세월호를 잊지 않는 애틀랜타 사람들의 모임’, 캐나다·영국·프랑스·일본 등 각국의 개인과 단체가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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