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제정에 대한 여론을 묻던 한경닷컴 설문조사가 특정 응답에 여론이 몰리더니 이내 삭제됐다. 

한국경제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한경닷컴은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세월호특별법 합의안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주제로 4가지 선택안을 둔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질문은 “여야 간 협상 과정을 거친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유족들이 두 차례에 걸쳐 거부해 정국이 꼬여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였다. 설문응답은 ‘현행 여야 합의안을 고수해야 한다’, ‘여야가 재협상을 해야 한다’, ‘세월호 유족 뜻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관심없다’로 구성됐다. 

일부 네티즌은 ‘정국이 꼬인 게 유가족의 합의안 거부 때문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문제는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 한경닷컴 여론조사 추이 캡쳐 화면.
@박승하씨 제공
 

26일 오전 11시28분 해당 설문조사 화면을 캡쳐한 사진을 보면 ‘세월호 유족 뜻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2만5697명(83.3%)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현행 여야 합의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응답은 2934명(9.5%), ‘여야가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1344명(4.4%), ‘관심 없다’는 884명(2.9%) 순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반전됐다. 이날 오후 12시 52분이 지난면서 ‘세월호 유족 뜻 전적 수용’ 응답은 3만1395명(52.9%)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현행 여야 합의안 고수’ 응답이 2만5046명(42.2%)으로 집계됐다. 2위 응답자가 2시간여 만에 2만2000여명이 증가한 것이다. 

3시간여 후인 오후 2시 5분 캡쳐 화면에는 ‘현행 여야 합의안 고수’ 응답에 응답자가 10만2251명(64.0%)이 몰리면서 1위를 차지했다. ‘세월호 유족 뜻 전적 수용’ 응답은 5만5408명(22.2%)으로 2위로 밀렸고 1위와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설문조사의 특정 응답을 선택하면 여론조사 응답으로 정상 집계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중복 투표가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복 투표는 한 명이 한 설문조사에 여러번 응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응답자가 한경닷컴 접속 장소를 바꾸거나 접속 기기를 바꿔 투표할 경우 중복 투표를 막을 수 없다.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수차례 투표했다는 이용자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한경닷컴의 세월호특별법 관련 설문조사가 특정 응답에 투표하자 응답자로 집계돼지 않은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한경닷컴 캡쳐화면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한경닷컴은 설문조사 담당인 뉴스국장 최인한 기자 명의로 된 공지문을 내고 ‘세월호특별법 관련 여론조사 일정을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은 이 공지문에서 “지난 주말부터 특정 웹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량 참가자가 접속해 공정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며 “여론조사가 한경닷컴 의도와 달리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우려도 있어 설문조사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한경닷컴은 이와 함께 이 여론조사를 토대로 작성했던 지난 22일 기사도 같은 이유로 삭제했다. 

한경닷컴 관계자는 “오늘 관련 문의 전화가 많았다”며 “회사에서 설문 응답 중복 체크를 가능하게 하거나 특정 응답자 집계 결과를 누락하는 등 기술적 조작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았다”며 “자세한 내용은 기술팀의 정확한 결과 분석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특정 의도를 가지고 설문 조사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경닷컴이 운영하는 설문조사는 지난해 6월에도 신빙성 문제가 제기됐다. (관련기사: 한경닷컴,  ‘노무현 발언은 NLL 포기’ 설문조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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