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20일 북한의 회갑연과 결혼식 장면을 <뉴스9>을 통해 보도했다. 북한 정권에 의한 선전용 자료가 아닌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인 데다 팝송에 맞춰 춤을 추거나 금지곡을 부르는 모습도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문제는 이 영상이 약 8~10년 전에 촬영된 영상이라는 점이다.

KBS는 보도에서 영상이 촬영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앵커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북한의 회갑연과 결혼식 영상을 KBS가 단독 입수했다”고 소개했을 뿐이다. 해당 리포트를 보도한 박진희 KBS 북한전문기자는 이 영상이 과거 영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의 원본에는 동영상이 촬영된 날짜가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KBS는 보도를 하면서 날짜가 적힌 부분을 뺐다. 일각에선 KBS가 관련 영상을 보도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수년 전 영상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은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KBS가 최근 북한의 생활상을 입수해 보도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진희 기자는 다만 이 영상을 입수한 것이 최근이라고 밝혔다. 박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최근) 영상을 갖고 있는 분과 연결돼 영상을 받은 것”이라며 “(보도에서) 이 영상이 최근 것이라고 밝히진 않았다”고 말했다.

   
▲ 2014년 8월 20일자.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박 기자는 “(과거 영상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며 “거기(영상을) 보면 몇 년도 것이라는 연도수가 적혀있는데 자칫 영상을 촬영한 곳이 특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소한 해당 영상이 과거에 촬영한 것이라는 점을 밝혔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아무리 폐쇄된 사회라지만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직후 변화의 폭이 빠르다”며 “적어도 몇 년도 영상이라는 점은 정확히 밝혀줘야 시청자들도 북한의 풍속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과거의 것과 최근 것을 비교해주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과거 시점을 밝히면서 최근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을) 뒷받침해줬어야 하는데 기자가 스스로 별다른 근거 없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시청자들을 현혹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현재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이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수년 전 영상이지만 접하기 어려운 북한의 풍속이기 때문에 보도가치는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오래 동안 북한 취재를 했던 한 기자는 “과거 영상이라도 북한의 모습을 소개해주면 좋다고 본다”며 “다만 기왕 하려면 수년 전에 찍은 것이라고 밝혔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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