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43일 동안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맹공에 나섰다. 동아일보도 거들었다. 이들은 그가 ‘아빠로서 자격’이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유민양 외삼촌 윤도원씨를 포함한 외가 인사들의 비난을 끌어다 쓰며 논란을 부추겼다.

조선일보는 25일 5면 기사 제목을 <유민 外家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안돼”>라고 뽑았다. 김씨에 불만이 있는 외가 인사 발언을 통해 우회적으로 그의 도덕성을 비난한 것이다. 조선은 “김영오씨가 실제로는 이혼 후 딸들을 잘 보살피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며 “인터넷과 트위터 등의 SNS에는 김씨가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부인과 10년 전 이혼한 후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는 의혹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5일치 5면
 

조선일보는 이어 “(김씨가)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어렸을 적) 그때는 애들을 돌보지 않더니 왜 지금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익명의 유민양 외가 인사 발언을 외삼촌 윤씨의 댓글과 함께 실었다. 

윤씨는 지난 23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하면 이해하겠지만 김영오씨 당신이 이러면 이해 못 하지”라며 “당신이 유민이한테 뭘 해줬다고. 유민, 유나 아기 때 x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는 사람”이라고 김씨를 감정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외삼촌이란 분이 올린 글은 나중에 알고서 유민이 엄마가 동생에게 전화해 화를 냈고, 글은 바로 내려졌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도 관련 내용을 5면에서 다뤘다. 동아는 윤씨 댓글과 김영오씨가 SNS에 올린 해명 글을 동일한 비중으로 실었으나 기사 제목은 자극적으로 <유민아빠 ‘아빠의 자격’ 논란>이라고 뽑았다. 동아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2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에 대한 ‘아빠의 자격’ 논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 동아일보 25일치 5면
 

그러나 이들이 내세운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가 이혼을 겪었고, 지난날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는 발언은 <미디어오늘> 인터뷰를 통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혼해서 살다보니 애한테 해준 게 너무 없어요. 해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해줄 수가 없고. 그래서 내가 목숨 걸고 단식하는 거야. 굶어서 쓰러지는 거, 유민이한테 못 해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동아 조선일보 등은 “딸들을 잘 보살피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영오 씨에 대한 ‘아빠의 자격’ 논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뒤늦게라도 논란을 더 키우겠다는 의도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보도는 사건과 연관성이 없는 내용을 부각시켜서 그의 단식이 마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며 “이렇게 이슈와 쟁점을 관리하는 데는 세월호가 정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희석시키려는 보수언론의 의도가 다분하다. 국민이 원하는 진상요구 요청을 외면한 채 보수정권 확성기를 자처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언론의 보도가 무리라는 비판은 지난 24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유민양 동생 유나양의 인터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유나양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삼촌의 댓글이 다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유나양은 아버지에 대해 “친구같은, 다정다감한 아빠예요. 같이 있으면 편해요..(중략)..저랑 언니에게 최대한 잘해주려고 하는 게 보였어요. 저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고요”라고 말했다.

딸이 언론매체에 스스로 나서 아빠의 해명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은 이 논란이 얼마나 악의적인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설사 외가 인사들의 말처럼 김씨가 두 자녀의 양육 과정에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억울한 딸의 죽음에 혈육인 아버지가 사생결단을 각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다. 동아 조선일보 등의 보도를 두고 유가족들의 정당성을 어떻게든 훼손하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기획국장은 “아버지가 딸의 억울한 죽음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보편적 정서와 닿아 있다”며 “언론이 사생활을 파헤치면서까지 논란을 확산시키려는 모습은 정도를 훨씬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조선일보는 세월호 사고 책임자인 청와대나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에는 침묵하면서 일반인·단원고 유가족, 야당 내부 강경파·온건파, 박영선·문재인 대립 등 사안을 지나치게 대립적·이분법적으로 보고 있다”며 “유가족 요구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려는 갈등 및 분열 조장은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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