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모습을 전 세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독일의 바울 슈나이스(Paul Schneiss,80) 목사가 2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진상규명을 위해 농성하고 있는 유가족을 위로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23일 항공편으로 서울에 왔다. 

오후 4시 청운동 주민센터에 도착한 슈나이스 목사는 “도와줄 수 없어서 미안했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어루만졌다. 그는 또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슈나이스 목사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 전보다 훨씬 이상한 나라가 된 것 같다”며 “예전 군부정권 때에는 정부 당국과 국민이 적대적 관계였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화가 됐고,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님에도 (현 정부가) 국민을 적으로 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모습을 전 세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독일의 바울 슈나이스(가운데) 목사가 2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진상규명을 위해 농성하고 있는 유가족을 위로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모습을 전 세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독일의 바울 슈나이스(Paul Schneiss, 80) 목사가 2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진상규명을 위해 농성하고 있는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는 자신의 셔츠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사진 = 김도연 기자)
 

그는 “(나는) 한국의 민주화를 통해 인권을 배웠다”며 “그러나 지금 그러한 인권이 사라지는 국가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과 독일 등 유럽은 멀리 떨어져 있다”며 “그 때문에 이 사안이 우크라이나 사태만큼 주목 받진 못했다. 관련 소식을 인터넷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와 마주한 문정현 신부는 “슈나이스 목사는 7‧80년대 언론이 얼어붙어 있었을 때 독일 언론을 통해 한국의 실상을 세계적으로 알린 목사”라며 “와 줘서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김병권 세월호대책위원장의 손을 잡고는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또 다른 유가족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모습을 전 세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독일의 바울 슈나이스(Paul Schneiss, 80) 목사가 2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슈나이스 목사가 문정현 신부와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 김도연 기자)
 

독일 동아시아 선교회 일본파송 선교사로 일하던 슈나이스 목사는 70년대부터 한국을 드나들며 국내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해외 체류 인사들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한 인물이다. 

80년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에는 서울에 있던 부인 기요코 여사를 통해 광주의 상황을 전해듣고 국영방송 동경특파원 힌츠페터를 광주로 파견했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폭력 진압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이 공로로 그는 지난 2011년 ‘제5회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했다. 

   
▲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의 모습을 전 세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독일의 바울 슈나이스(Paul Schneiss, 80) 목사가 24일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진상규명을 위해 농성하고 있는 유가족을 위로했다. (사진= 김도연 기자)
 

앞서 오후 2시경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족들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저희 가족들의 요구가 왜 이렇게 안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가족대책위는 “눈물 흘리며 가족들과 국민들의 바람대로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님이 이제는 말과 얼굴을 바꾸며 뒤로 물러섰다”며 “슬픈 농성을 하루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결단을 촉구한다. 대통령님의 결단은 무너지고 있는 이 사회의 신뢰를 다시 쌓는 초석이 될 것이며, 이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접어드는 입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5시 청운동 주민센터 맞은 편에서는 향린교회가 주관하는 ‘세월호 참사 추모와 진상규명의 촉구를 위한 예배’가 열리고 있다. 저녁 7시부터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통령의 결단 촉구를 염원하는 ‘노란풍선 500개 띄우기’ 행사와 ‘평화의 나무’ 합창단과 인디밴드의 공연 등이 열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