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를 제외한 지상파 메인뉴스들은 23일 세월호 국면과 유가족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이날 MBC는 가을 날씨 뉴스를 톱으로 내세우며 국내 정치 뉴스 일체를 다루지 않았다. 뉴스 가치에 대한 판단이 사실상 마비된 셈이다. 

KBS ‘뉴스9’은 청운동 주민센터 인근에서의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무기한 농성 소식과 병상에서도 단식을 굽히지 않겠다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KBS는 이어지는 뉴스 <여 “유족 만날 것”…야 “靑·여권이 나서야”>에서는 “청와대는 이틀째 이어진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세월호 국면에 대한 여·야의 입장을 함께 전했다. 

   
▲ 각 방송사 23일자 톱뉴스 제목.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SBS, MBC, JTBC)
 

SBS ‘8뉴스’는 톱뉴스 <野 “세월호법, 범사회 중재기구 논의”>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중재기구에 정치권과 여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새정치연합은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등 종교계 원로 인사들을 중심으로 범사회적 중재기구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11시 새정치연합은 여·야·유가족 ‘3자협의체’를 제안한 상태다. 

SBS는 두 번째 꼭지, 세 번째 꼭지도 세월호 관련 소식으로 채웠다. SBS는 <대통령 면담 요구…청와대 앞 농성>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 부근에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면서,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식을 이어가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태인 걸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JTBC ‘주말뉴스’도 7꼭지를 할애해 세월호 소식을 전했다. 광화문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를 직접 연결해 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 모습을 톱뉴스로 전했고, 두 번째 꼭지 <김영오씨 ‘동조 단식’ 이틀 만에 2만명>에서는 김씨의 건강 상태와 함께 연대하려는 시민들의 동조단식 소식을 보도했다. 

타 방송사가 세월호 국면에 촉각을 곤두세울 때 MBC는 “절기상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였는데 좀 더웠다”며 해수욕장에 막바지 피서객이 몰렸다는 소식과 벌초 가는 행렬로 고속도로가 붐볐다는 얘기를 톱뉴스로 전했다. 

이날 MBC는 세월호 소식과 이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 등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정치를 뉴스에서 들어낸 것이다. 대신 ‘멧돼지의 농작물 습격’, ‘순찰 로보캅 등장’, ‘미국 야구 소녀’ 등의 연성 뉴스를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 MBC 뉴스데스크 23일자 방송
 

저널리즘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뉴스 분석을 해보면, MBC가 세월호 뉴스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게 두드러진다”며 “남들이 하니까 억지로 한 꼭지를 넣는다든지 아니면 잘못된 보도를 하는 식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사실 MBC가 이런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요 근래 일은 아니라는 걸 시청자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면서 “생활뉴스를 표방하며 하루 흥미롭게 보고 말 내용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국민이 알아야 할 뉴스는 아니다. MBC에서는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런 MBC의 보도 행태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KBS 경우 길환영 사장이 노조와 시민사회의 반발로 자리를 뜨게 되면서 내부 기자들 중심으로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려는 시도를 보였다”며 “그러나 MBC는 철저하게 장악이 됐고, 시청자와 시민단체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사장 선임 구조가 개선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구조 개선이 쉽지 않은 정국에서 MBC보도에 대한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시청자들의 비판과 자극이 계속 되지 않는다면 MBC의 ‘보수 하향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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