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단식 김영호씨 결국 입원…“단식 계속하겠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김유민양의 아빠 김영오씨(47)가 22일 오전 건강 악화로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안전사회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지 무려 40일째다. 

이날 오전 7시50분쯤 김씨는 의료진과 변호사 등과 함께 구급차를 타고 동대문구 시립동부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는 병원에 입원하고도 세월호 가족들과 의료진의 식사 권유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한 특별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수액 주사를 맞고 안정을 취했지만 병원 측이 제공하는 미음도 거부한 채 물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김씨의 주치의인 이보라 시립동부병원 내과과장은 “간 수치가 높고 혈당은 낮다. 비타민·칼륨 등 수액을 통해 공급할 수 있지만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근육 손실을 피할 수 없어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밝혔다. 

   
▲ 경향신문 23일자 1면
 

김씨는 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페이스북을 통해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진다. 숨이 차오르고 가빠진다.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특별법 제정이 될 것인지. 너무 고통스러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겨우 일기를 쓴다”로 말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평범한 노동자가 목숨건 투사가 되기까지…

사실 김씨는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평범한 노동자였다. 한겨레는 “김씨가 지난해 7월 회사로부터 정규직 전환 통보도 받았다”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냐고 물어보면, ‘딸을 대학에 보내려고 그런다’고 했다”는 동료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큰딸 유민양은 죽음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한겨레는 “자신의 삶에 큰 의지가 됐다던 딸을 가슴에 묻은 그는 ‘가만히 있으면 술만 먹고 폐인이 될 것 같다. 일이라도 해야 딸을 잊을 것 같다’며 5월 7일 회사로 돌아가 20일 남짓 일했다”며 “그러나 결국은 휴직계를 냈다. 김씨는 주변 동료들에게 ‘딸 생각이 나고, 악몽까지 꿨다. 도저히 안 되겠다. 딸이 죽은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 한겨레 23일자 1면
 

지난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 시복식에 앞서 김씨의 손을 맞잡고 위로했을 때 그는 “정부와 여당이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어서 단식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교황에게 전했다.

한겨레는 “김씨는 단식을 이어가는 동안 여러 차례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까지 걸어가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단식 38일째인 20일에도 청와대까지 가보려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민 아빠 살려 달라” 릴레이 국민단식 이어져

한편 김씨가 40일째 단식을 이어가다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 단식에 동참 행렬이 급속히 늘고 있다. 

문 의원은 나흘째 김씨와 함께 동조단식 중이며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도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김미희·김재연 의원도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동조단식 의사를 밝힌 시민들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21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에서 시작한 ‘유민 아빠와 함께 동조단식’에는 하루 새 1만8000여명이 단식 참여의사를 밝혔다. 

   
▲ 경향신문 23일자 5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광화문 국민단식에 참여하는 교육·종교·노동 등 각계 대표들은 22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반드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무엇보다 진상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대통령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서울대 교수와 학생, 동문 200명이 오는 25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도보행진에 나선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민주동문회는 “국회가 내놓은 특별법 합의안은 진상조사를 원하는 유가족의 요구를 담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서울대에서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며 대통령에게 특별법 제정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2위에 보수신문 ‘맹공’

세월호 참사 정국이 못마땅한 보수신문들의 비난의 화살은 유가족에서 차기 야권 대선 후보인 문재인 의원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지난 박원순 서울시장(17%)에 이어 지난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14%)의 지지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3%)는 그 뒤를 이었다.

조선일보는 22일 1면 <與野합의에 찬물 끼얹는 ‘대선후보 문재인’의 단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 의원은 10년 전 청와대 수석으로 일할 때 천성상 터널을 반대하며 단식하던 지율 스님을 찾아가 ‘그만 단식을 푸시라. 건강 때문에 스님과 함께하는 사람에게 걱정을 끼쳐서야 되겠느냐’고 했다”면서 “10년 전과 비교할 때 단식에 대한 대응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3일자 1면
 

하지만 조선도 기사에서 밝혔듯이 당시 문 의원은 ‘지율 스님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단식 방식에도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단식을 반대한 것이다. 상황과 처지가 전혀 다른 사안을 억지로 빗대다 보니 조선이 왜 굳이 10년 전 얘기를 꺼내며 문 의원을 비판하는지는 사설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조선은 사설을 통해 “문 의원은 지금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고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 130명 중 많게는 절반 가까이가 문 의원을 따르는 친노(親盧)로 분류된다”면서 “문 의원의 단식은 대선 후보를 지낸 정치 지도자의 처신이라고 하기엔 가볍고 무책임하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지금껏 야당 지도부가 여당과 어떤 합의를 모색할 때마다 여기에 반대하고 비판해 온 것이 주로 문 의원을 따르는 친노 진영이다”며 “그렇기에 문 의원과 친노가 여야 협상을 무산시키고 대신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강경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달리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몰아붙였다.

   
▲ 중앙일보 23일자 사설
 

이에 중앙일보도 거들었다. 중앙은 <전직 대통령 후보의 잘못된 처신>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의원을 향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으며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했던 이라면 사회문제나 정권을 대하는 방식도 국가적 차원이어야 한다”며 “세월호 유족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공동체 전체의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데 그는 거꾸로 갔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이어 “그가 앞장서서 유가족을 설득했다면 자신도 정권에 대한 투쟁 차원을 떠나 국가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수준이 그 나라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날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는 중앙시평을 통해 “인사 실패로 인한 국정 혼란과 세월호 사건, 잇따른 병영폭력 사건 등은 국가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움직이는 나라(nation-in-action)’ 그 자체이기 때문에 나라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를 알고자 할 때 국민들은 자연 대통령을 쳐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