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40일째 단식을 하던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47)가 22일 오전 결국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한 후 가수 김장훈씨(44)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 전 상서’를 써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영오씨와 함께 18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장훈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대통령 전 상서를 공개하며 “나도 무척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는데 그 화는 단순히 감정이 아니고 지금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가 겪고 있는 혼란과 어려움의 반증”이라며 “이 문제를 풀 사람은 현재로써는 대통령밖에 안 계시다는 생각에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김씨는 김영오씨가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하다 쓰러진 것과 관련해 “한 아이를 바다에 묻은, 그저 푸른 하늘 보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던 소시민 가장이 원치 않는 투사가 돼서 사경까지 가면서 대통령이 공약하신 그 특별법만 제대로 해달라며 단식 40일을 갔다”면서 “주위에서 모두가 죽을까 봐 걱정할 때 그곳에 와서 손 한 번 내미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었느냐”라고 토로했다. 

   
서울 광화문 세월호 단식농성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촉구 단식 농성 중인 가수 김장훈씨. 사진=김장훈씨 공식 페이스북
 

김씨는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특별법 제정을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에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적폐 타파, 관피아 척결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서 공약을 하지 않았느냐”며 “정치인들의 무능함 속에 304명이 원통하고 참담하게 수장당하고 넉 달이 넘도록 아직 어떤 것도 명확해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언제든지 연락하고 항상 유가족 입장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에도 얘기해서 조사가 잘 이루어지게 하겠노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간청하고 읍소해도 외면했다”며 “오히려 걸을 힘도 없이 청와대로 향한 그 소외되고 상처 입은 백성을 힘으로 몰아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민아빠는 오직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돼 이 땅에 다시는 우리 같은 원통하고 비참한 참사가 없었으면 하는 올바른 특별법에 대한 갈망뿐이었다”며 “그건 사실 유민아빠가 싸울 일이 아니라 정부의 의무이므로 정말 국민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지혜로운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청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장훈씨가 쓴 대통령 전 상서 전문이다. 

[대통령 전 상서]

박근혜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가수 김장훈입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글로나마 말씀 나눕니다.

너무 애통한 사건에 비통함이 크나,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어
감히 이렇게 글 올립니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하던 유민아빠가 쓰러졌습니다.

저도 무척 맘이 아프고 화가 나는데 그 화는 단순히 감정이 아니며 지금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가 겪고 있는 혼란과 어려움의 반증이며 이 문제를 풀 사람은 현재로써는 대통령밖에 안 계시다는 생각에 글 한 자락 올립니다.

전달이 꼭 되었으면 합니다.

먼저 저의 분노는 절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며 국민으로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올린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정치적인 일이면 발언조차 안 합니다.
저는 그런 것들 관여도 싫고 발언도 싫고 관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저..그런 사람인 것 대통령께서는 잘 아시잖습니까?

저는 먼저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눈물도 흘리셨고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잖습니까.
세월호 참사에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규명과 이를 통한 책임자처벌, 적폐 타파 관피아 척결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공약을 하셨잖습니까.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언제든지 연락하고 항상 유가족 입장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에도 얘기해서 조사가 잘 이루어지게 하겠노라고도 말씀하셨고요.

무한책임이라고 말씀하신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304명이 원통하고 참담하게 수장당하고 넉 달이 넘도록 아직 어떤 것도 명확해진 게 없습니다.

그런 아픔과 정치인들의 무능함 속에 
한 아이를 바다에 묻은, 그저 푸른 하늘 보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던 소시민 가장이 원치 않는 투사가 되어서 사경까지 가면서 대통령이 공약하신 그 특별법만 제대로 해달라며 단식 40일 가까이 가고, 주위에서 모두가 죽을까 봐 걱정할 때 그곳에 오셔서 손 한 번 내미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었습니까?

그분이 보상을 원했습니까?
아니면 대통령의 하야를 원했습니까?
그러지 않았죠.

오직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어 이 땅에 다시는 우리 같은 원통하고 비참한 참사가 없었으면 하는 올바른 특별법에 대한 갈망뿐이었죠.

그건 사실 유민아빠가 싸울 일이 아니라 정부의 의무이죠.

긴 싸움이 될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을 테고 그러던 와중에 사람의 목숨이 달릴 정도로 유민아빠의 건강 상태가 위중해지니 사람 하나만 살리자고 그저 손 한 번만 잡고 안아달라고. 대통령만이 그분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또 그리 하신다면 정말 대한민국에 오랜만에 따뜻한 온기가 흐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정치의 기본은 사람과 사랑이어야 한다면서요. 정말 그렇게 간청하고 읍소해도 외면하셨습니다. 오히려 걸을 힘도 없이 청와대로 향한 그 소외되고 상처 입은 백성을 힘으로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아빠는 실신하여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이것이 정치입니까?
이것이 좌우나 진보보수 세대 간의 골, 그런 문제입니까?

모든 것 다 떠나서 인간애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완곡하게 해석을 한다 하더라도.

어떤 분은 그러시더군요.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리더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라고요.
결과가 나온 게 없습니다. 그게 그냥 팩트입니다.

정말 국민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주시고 지혜로운 결단으로 국가를 다시 한 번 바로 세워주시기를 소망하며 간청드립니다.

전 국민이 우울증입니다. 이제 국민 좀 살게 해주십시오.
제발 많은 국민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마음이 아파 죽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김장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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