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농성이 21일로 39일째 접어들면서 언론인들의 동조단식으로까지 확산됐다.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5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서 열린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언론단체 동조단식 기자회견’에서 “폭주하는 여당, 제 구실 못하는 야당, 침묵하는 대통령, 권력 앞잡이가 된 보수언론을 규탄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1일부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동조단식에 돌입했다. 하루씩 각 단체가 돌아가며 단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21일 박태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공동대표의 단식을 시작으로, 이날 기자회견을 함께 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술인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광장,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가나다 순) 등의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향후 조를 나누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동조단식 농성에 참여한다.

   
▲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50여 명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언론단체 동조단식 기자회견’을 열고 “폭주하는 여당, 제 구실 못하는 야당, 침묵하는 대통령, 권력 앞잡이가 된 보수언론을 규탄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이 자리에 함께 한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위정자들은 낮은 자세로 사회적 약자를 되돌아보던 교황의 가르침을 깨달아야 한다”며 “언론이 왜곡하고 있지만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 구성과 철저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할 것을 부탁하며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야 할 때”라며 “이 싸움은 이제 속도가 아닌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김영오씨가 40일 가까운 단식을 했는데 이 정권은 그를 막으며 되레 무력으로 막아섰다”며 “국민의 생명 보호에는 무관심하고 정권 안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조중동은 경제 위기를 운운하며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며 “그러나 국가적 위기를 졸속으로 벗어날 수 없는 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중동의 ‘유가족 책임론’ 프레임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 여론 다수는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 만약 또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때 조중동은 뭐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 언론은 자꾸만 민생을 이야기하는데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한 민생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는 “특별법은 단순한 ‘법’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인간의 삶을 살 수 있을지 결정하는 분기점에 세월호 특별법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은 국민 요구하는 새로운 질서”라며 “눈 뜨고 생떼같은 아이들을 잃어야 했던 대한민국이다. 이제는 생명의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은 그런 의미”라고 밝혔다.

   
▲ 21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동조단식 농성장에 앉아 있는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왼쪽)과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 (사진 = 김도연 기자)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앞으로 언론은 유가족과 이를 연대하는 단체들을 ‘색깔론’으로 몰아세울 것”이라며 “이런 왜곡 여론을 차단하고 올바른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다. 그러나 세월호 130여 일 동안 과연 공영방송이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전 대표는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에 제대로 된 책임을 묻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오늘의 기자회견은 한국 언론의 참담함을 고하고 규탄하기 위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는 “현재 YTN은 보도와 관련해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상태”라며 “내부 컨트롤타워가 보도의 공정성 관련해서 전혀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오로지 자기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듯 여론을 왜곡하고 현장 기자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기자는 “그러나 국민들이 내부에서 정말 열심히 싸우고 있는 기자들이 있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시길 바라겠다”며 “조금 더 여건이 나아진다면 YTN는 다시 국민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여야는 또 한 번 ‘밀실야합’을 저질렀다”며 “보수언론이 유가족과 야당 ‘강경파’가 합의안 타결을 막았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규탄하기 위해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 들어갈 것이다.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관철되는 그날까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동조단식에 참여한 이상호 전 MBC 기자(고발뉴스 기자)가 21일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한편, 이상호 전 MBC 기자(고발뉴스 기자)도 이날 동조단식 농성에 참여했다. 이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언론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김영오씨 단식을 보면서 보도하는 것 이외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마침 언론단체에서 동조단식을 시작했다. 특히 김종철 동아투위 선배님이 단식에 참여하시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아이들의 부모님들마저 잃게 될까봐 걱정이다. 처음 팽목항을 가던 심정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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