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뉴스1 등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허위보도 및 명예훼손을 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들이 수사가 진행 중인 혐의사실을 보도할 때 요구되는 취재 및 표현 방법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독자나 시청자들은 보도된 혐의 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장준현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채널A·뉴스1 등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여행사 ‘길벗투어’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각각 3000만원,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길벗투어는 이석기 의원이 운영했던 회사(씨엔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다.

해당 언론사들은 길벗투어가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국정원이 길벗투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허위 보도를 했다. 또 ”길벗투어를 통해 돈 확보, RO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고 회계장부 등을 압수“, ”가이드로 출국 북과 접촉? 길벗투어, 북한과 연결창구로 활용가능성 의심“ 등의 보도도 했다.

오보의 시작은 채널A였다. 채널A는 지난해 8월 30일 길벗투어의 사무실 외관 및 홈페이지 화면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여행사 통해 돈 확보 ‘조사’”, “씨엔커뮤니케이션즈 자회사 중 유일하게 압수수색” 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이어 고아무개 기자는 “국정원은 이 여행사가 RO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고 회계장부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채널A는 9월 4일에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 길벗투어 홈페이지 화면을 영상으로 비추며 “RO의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한 국정원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유일하게 길벗투어가 포함됐다. 금강산과 백두산 등 대북 여행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길벗투어는 북한과의 연결창구로 활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한 것.

뉴스1은 이런 채널A 보도를 ‘받아썼다.’ 뉴스1은 8월 30일 “‘내란음모’ 압수수색 대상에 ‘길벗투어’ 포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채널A 보도와 비슷한 내용을 전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뉴스1은 재판에서 해당 기사를 쓰게 된 경위에 대해 “공신력있는 언론매체인 채널A가 2013년 8월 30일에 내보낸 보도를 신뢰하고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도의 결정적인 근거인 ‘압수수색’ 자체가 허위로 밝혀졌다. 채널A는 재판부에 여러 정황 증거와 함께 “복수의 검찰 및 국가정보원의 취재원으로부터 직접 길벗투어에 대한 압수수색 및 수사에 관해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 잘못된 보도를 한 것을 보건대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거나 하였더라도 객관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자료를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해당 보도들이 취재 및 표현 방법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자금줄과 관련해서도 “이 의원이 운영한 회사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자금을 제공했을 거라는 근거는 혐의 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떨어진다”며 “관련 가능성에 대해서만 보도했을 뿐 여행사의 반론이나 해명을 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사가 진행 중인 내용이라면 보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일반 독자나 시청자로서는 보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독자들은 언론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 보도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언론이 가지는 광범위하고 신속한 전파력 때문에 보도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보도 자체만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채널A는 “판결문을 검토중이고 공식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승호 뉴스1 편집국장도 “아직 판결문을 송달받지 못 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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