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들은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발표했다.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중 국회에 할당된 4명 가운데 야당 몫 2명 뿐 아니라 여당 몫 2명에 대해서도 야당과 세월호 사고 유가족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키로 한 것이다.

유족들은 반발했다. 어차피 여당 몫 2명에 대해 야당과 유족들의 동의를 얻더라도 이를 추천하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이며 결국 그들은 새누리당의 입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유족들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자신들의 뜻을 전했음에도 이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는 또 다시 유족들의 의사에 반하는 합의가 됐다. 이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범위는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으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유족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치권 내에서만 협상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이번 양 당의 합의는 유족들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졌으나 유족들이 반발해 무산되고, 이 때문에 여타 법안들도 통과되지 못하고 주장하고 있다. 양당의 합의실패, 나아가 기타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까지도 유족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 중앙일보 8월 20일자. 1면.
 
중앙일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중앙일보는 1면 제목부터 <유가족에 막힌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이라고 뽑았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세월호 유족 측이 재합의안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아 국회 본회의 처리가 불발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관련기사인 3면 <야, 세월호법 추인 않고 ‘방탄국회’ 기습 요구>에서 “12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여야가 사고의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에 합의하는데 걸린 시간”이라며 “그러나 다시 유가족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8월 20일자. 34면.
 
중앙일보는 기사 뿐 아니라 사설 <유족 앞에 가로막힌 세월호 합의안>에서도 “(2차 합의안은) 1차 합의 때보다 유족과 야당 입장에 훨씬 가까이 간 안”이라며 “새누리당은 거의 백기항복 하다시피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새누리당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양보한 안에 대해서조차 유족이 반대를 천명하고 야당이 합의안 추인을 미룬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족의 아픔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유족들의 태도와 입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비슷하다. 조선일보는 1면 <유족 반발에…세월호법 합의 또 표류>에서 “유가족들은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처음 합의했을 때 거부한데 이어 두 번째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으며 세월호 특별법의 이달 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경제 살리기 및 민생법안도 처리되지 못해 19대 국회 하반기 들어 법안 처리 건수는 0건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의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유족들의 목소리를 별도의 기사에 담았다.

   
▲ 조선일보 8월 20일자. 1면.
 
조선일보는 20일자 지면에 실리지 않았지만 인터넷에 또 다른 사설을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벽’에 막혀 언제까지 국회·국정 겉돌아야 하나> 사설에서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이 나라 국정과 국회는 넉 달 넘게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모두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참담한 심정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있으나 번번이 여야 합의를 뒤집고 대한민국의 기본 법 체계도 아랑곳 않는 듯한 일부 유족의 태도는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향후 이들 언론에서는 위처럼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이유를 유족들의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처럼 아예 ‘일부 유족’으로 선을 그어 유가족 사이를 벌어놓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누구를 위한 특별법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일부 언론들의 위와 같은 보도행태에 대해 “외견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우리가 정말 바라고 주장하는 내용과 우리의 생각이 언론에 제대로 알려졌는지 의문”이라며 “언론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우리에 대해 비판을 할 때 하더라도 우리의 입장을 전달해주고 비판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우리가 하지 않은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자극적인 내용이 나오는데, 왜 우리가 특별법을 중요하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그런 것을 다뤄주고 비판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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