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 간 한국을 방문한 동안 종편 뉴스들도 교황의 행보 하나하나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교황의 메시지나 교황 행보의 의미를 짚기보다는 교황 방한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보도도 이어졌다. 특히 채널A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았다. 

채널A는 지난 8월 16일 뉴스특보 <프란치스코 교황과 점심 함께하는 행운아는 누구?>에서 교황 경호에 대해 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앵커가 “북한에서도 경호가 장난 아닐 텐데 김정은은 방탄차가 몇 대가 되죠?”라고 묻는다. 이에 강명도 경민대 교수가 “방탄차만 20대 되지 않을까”라며 한참 동안 북한 고위층의 방탄차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교황이 인기 있는 이유가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이라는 분석이 대담 주제로 등장한다. 하지만 앵커와 패널들이 “그래도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거다”, “북한은 자유랑 인권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목숨 걸고 넘어온다. 이순신이 죽자고 결심하면 산다는 데 그 사람들은 죽자고 결심해서 산 것이다” 등 돌연 탈북자나 북한을 들먹였다.
 
   
▲ 8월 16일자 채널A 뉴스특보 갈무리
 
패널들은 또한 ‘북한 인권 위해서 교황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영도 교수가 “교황이 북한 김정은한테 북한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정치범 수용소를 빨리 해체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하자, 앵커는 “평화란 단어 쓰지 말고 북한이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라. 북한 주민들도 ‘비바 파파’를 외치게 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채널A는 이 외에도 뉴스특보에서 ‘아이에게 관심 많은 김정은…교황과의 차이점은?’이라는 자막을 내보내며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을 비교하는 듯한 방송을 하기도 했다. 채널A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핑계 삼아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가십거리 보도도 이어졌다. 채널A는 15일 ‘뉴스TOP 10’ <교황 방한에 광화문 주변 상인들 ‘대박’…100만 명 참가 예상>에서 숯불갈비, 비빔밥, 갈비탕, 백김치 등으로 구성된 교황의 식단에 대해 심층 분석을 했다. 16일 뉴스특보에도 교황의 식단이 나왔다. 앵커가 “교황이 잡채 드시는 장면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교황의 검소함이나 평소 성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황의 식단이 뉴스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채널A처럼 메뉴 하나 하나를 상세히 분석하고, 교황이 평소에 빵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에 걸쳐 빵의 모습이 배경화면으로 등장해야하는지 의문을 낳는다.
 
채널A는 15일 ‘뉴스TOP 10’ <소탈한 교황의 파격 행보…이번엔 헬기 대신 KTX 이용>에서 교황이 KTX를 타기 위해 차를 타고 대전역으로 들어서는 모습의 영상을 ‘단독입수’했다며 공개하기도 했다.
 
   
▲ 8월 15일자 채널A ‘뉴스TOP10’ 갈무리
 
채널A는 교황과 이순신의 리더십을 비교하며 슬쩍 ‘박정희 전 대통령’도 같은 대열에 올렸다. 8월 16일 뉴스특보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순신, 리더십의 공통점은?>에서 앵커와 패널들은 교황과 이순신의 리더십에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다 갑자기 황태순 정치평론가가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낸다. 낮은 곳을 향하는 리더십이 닮았다는 것. 황 평론가는 “모내기 할 때 막걸리 한 잔씩 하고, 박 대통령이 술잔 기울이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요”고 말하고, 앵커는 “정치적인 걸 떠나서 막걸리 하는 모습 보면 참 좋다”고 말한다.
 
채널A 등 종편은 세월호 참사 때 참사의 원인보다 유병언 일가의 신변잡기에 치중하는 보도로 질타를 받았다. 교황 방한을 두고도 교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아무 관계없는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는 보도도 같은 비판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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