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티브로드 하청업체 노동자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통신업계를 포함한 한국 산업 전반에 깔려 있는 간접고용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원청 사용주의 정규직화 실현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 입을 모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이인영‧은수미‧장하나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이 후원한 이 토론회에는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들과 토론회 청취자 7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 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 같은 경우 을지로위원회가 원청 삼성전자가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출하기도 하고, 고용승계를 보장할 수 있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며 “그러나 여전히 원‧하청 간의 협상은 잘 되지 않고 있다. 자기 가슴에 회사 이름표를 붙이고도 내 회사라고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토론회 '씨앤앰·티브로드 케이블방송 실태로 본 간접고용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이종탁 희망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한 해 노사가 합의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더라도 그 다음해에 원청이 합의를 뒤집으면 손 써볼 여력이 없게 된다”며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하고 극단적인 양태로 나타나게 된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이 입법으로써 사태를 풀려는 노력을 계속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이와 별개로 우리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원청의 책임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투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사용자들이 간접고용을 하는 주된 이유는 사용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며 “정부가 오는 10월 중에 비정규직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간접고용 개선이라는 핵심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늘 이 토론회가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씨앤앰‧티브로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다 외주화한 상태”라며 “이 구조를 깨야 하는 게 과제다.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혐의가 짙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 사업자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핵심 업무를 상시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는 것이 올바른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원하청 구조 속에서 외주하청업체가 원청 지원 없이 산재 비용 부담을 지는 경우 폐업하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원청사용주가 산업 안전 전반의 책임을 지는 것이 온당하다”며 “위험 작업 안전장치 마련을 포함한 안전 작업 환경 구축에 대한 노사협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하경 민변 노동위 변호사는 “파견은 사용업체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면서 근로자만 파견업체로부터 받는 것을 뜻한다. ‘노무 제공’이 계약의 목적이다”며 “그러나 도급은 ‘일의 완성’이 계약의 목적이다. 근로자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핵심은 누가 근로자에게 지휘‧명령을 하느냐이다”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원청이 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하면 근로자파견이고 협력업체가 일의 완성을 위해 근로자를 자체 고용 및 지휘명령을 하면 도급”이라며 “지금 씨앤앰과 티브로드에서 벌어지는 일은 위장도급 성격이 짙다. 실제로는 근로자파견 관계이나 파견법상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도급으로 위장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류 변호사는 “도급과 파견을 구별할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말하면 직접고용간주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또 비정규직 차별금지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할 수 있는 법 보완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기업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정부는 지금 있는 법을 근거로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원청이 책임있는 자세로 노사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도 “간접고용의 문제는 열악한 영세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닌 대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간접고용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300인 이상, 특히 재벌그룹사의 간접고용 축소를 위한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소장은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원하청 사업체를 하나로 묶고, 원하청 노동자들이 하나의 협의 틀로 묶일 수 있도록 노사협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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