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의 공식 트위터 계정(@TheKukminDaily)이 독특한 콘셉트의 글로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와 상사를 비판하는 짜증 섞인 글을 공식 계정에 올리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일보 공식 트위터 계정의 관리자가 바뀌었다. 국민일보의 새 트위터 담당자는 지난 10일 “무더운 대낮에 날벼락을 맞은 소식을 하나 전해 드릴까 해요. 국민일보 트위터 운영자를 맡게 됐어요.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정말 짜증납니다. 그런데 먹고 살려면 열심히 해야 해요. 그러니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밝혔다.
 
이전에 국민일보가 SNS에 기사를 올릴 때 기사 제목과 부제목만 올렸지만 이제 SNS 관리자의 ‘감상’이 함께 붙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군 폭력 가해자로 조사를 받는다는 기사를 올리며 “김무성 대표가 불과 보름 전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며 호통을 쳤어요. 남 지사는 김 대표를 피해 다니도록 하세요”라는 글을 덧붙이는 식이다. 
 
   
 
 
북한이 교황 도착 전후에 미사일을 쐈다는 기사에 “북한 김정은은 진짜 관심병에 걸린 것 같아요”라는 코멘트를, “윤 일병 가혹행위, 장관·총장에 보고 누락됐다”는 기사에는 “우리 군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리트윗 정신이에요”라는 코멘트를 덧붙인다.
 
타사 보도에 대한 이야기도 올라온다. 중앙일보가 ‘돈이 도네요 고마워요, 프란치스코’라는 기사로 논란이 됐을 때 국민일보 트위터 계정은 “중앙일보의 어그로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한겨레가 국민일보가 먼저 보도한 내용과 같은 내용의 기사에 ‘단독’을 붙이자 “한겨레는 한 발 늦은 기사에도 단독을 붙여 전송합니까? 꽤 뛰어난 신문사로 알고 있는데 장사도 좀 적당히 합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일보 계정에는 편집국과 회사 상사들에 대한 불만, 야근하기 싫다는 투정도 그대로 올라온다. 한 누리꾼이 “국민일보의 새로운 트위터 담당자는 저런 방식으로 해고를 유도해 실업급여를 받고 싶은 것인가?”라고 말할 정도다.
 
   
 
 
국민일보 계정을 두고 SNS에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열심히 하네”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 “무슨 콘셉트인지 모르겠다” “노잼(재미없음)이다” “랜선효녀 따라하나”라는 부정적 반응도 많다. 최근 트위터에서 재밌는 ‘드립’을 올려 주목을 받으려는 ‘공식계정’들이 늘어나고 있고 국민일보 역시 그 마찬가지 시도로 보이지만 회사 욕을 하거나 짜증을 내는 콘셉트가 재미도 없고 언론사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국민일보 계정은 대나무숲(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SNS 계정)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트위터 계정을 관리하고 있는 조현우 쿠키뉴스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런 뉴스가 있는데 함께 읽어보자’는 형식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신문사 조직을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직장생활로 받는 스트레스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회사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기자는 “회사에서 융통성 있게 회사 관련 내용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별로 재미없다는 반응이 있다”는 질문에 조 기자는 “엄청 많다”며 “기사와 인터넷 이슈를 재밌게 소개하려고 하는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