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생 고(故)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주요 일간지와 방송 언론 대다수가 주목했다. 그러나 MBC는 ‘20초’ 단신으로 처리했다. 세월호 유가족 소식을 외면하는 행태를 다시 한 번 보인 것이다. 

KBS와 SBS는 유가족 세례 소식을 별도 꼭지로 제작했다. KBS ‘뉴스9’은 17일 3번째 뉴스 <세월호 유족 세례…세례명 ‘프란치스코’>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故 이승현 군의 아버지.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였다”며 “이호진씨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안산에서 진도, 다시 대전까지 9백 킬로미터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SBS ‘8뉴스’는 2번째 뉴스 <오늘도 챙긴 세월호…유가족 직접 세례>에서 “오늘(17일) 아침, 단원고 2학년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세례를 받았다”며 “그제(16일) 대전 미사 직전, 세월호 도보순례를 마무리하며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이 씨가 교황에게 세례식을 요청했고 이를 교황이 수락한 것”이라고 전했다.

   
▲ KBS, MBC, SBS, JTBC 17일자 방송 (사진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MBC, SBS, JTBC)
 

SBS는 또 다른 유가족 한상철 씨의 발언 “정말 감동이었다. 많은 분들이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치유됐던 것 같다”를 인용하며, “교황이 보여준 각별한 관심에, 유가족들도 마음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전했다.

18일로 단신 36일째를 맞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SBS의 이 리포트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약하고, 가장 힘없는 사람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는 게 교황이 해야 할 일이라고 그랬다. 본인 입으로 직접 말씀하셨다”고 밝히며 교황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JTBC ‘주말뉴스’도 3번째 뉴스 <교황, 세월호 유가족 이호진씨 세례>에서 “이호진 씨는 사흘 전 9백 킬로미터에 걸친 도보순례를 마치고 체력이 모두 회복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늦을까 잠 한숨 못자고 새벽 3시에 집을 나섰다. 이씨가 택한 세례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례명을 그대로 따왔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JT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과 같은 세례명을 딴 이씨의 이마에 직접 성수를 부었고 희망을 잃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삶을 살라고 당부했다”며 “세례식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교황의 배려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3번째 뉴스 <교황, 세월호 유가족에게 직접 세례>에서 관련 소식을 20초 단신으로 처리했다. 타 방송사가 유가족을 인터뷰하거나 세월호와 관련한 교황의 행보가 지니는 의미를 제 나름 분석한 것과 다르게, MBC는 세월호 유가족 소식을 냉대했다.

MBC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단원고 학생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가 오늘 아침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세례를 받았다”며 “교황이 한 사람의 한국 신자를 위해 직접 세례성사를 집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세례명은 교황과 같은 ‘프란치스코’로 정해졌다”고만 밝혔다.

교황이 이씨에게 세례를 준 것은, 진보 언론에 비해 세월호 유족의 소식을 비교적 덜 다뤄왔던 보수 언론까지도 주목할 정도로 뉴스 가치가 컸던 사안이었다. 

   
▲ 18일자 동아일보 4면, 중앙일보 7면.
 

조선일보는 4면에서 이를 다루며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부터 우리 국민에게 편지를 보내 위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월호 유족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각별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같은 내용을 4면과 7면에서 다루며, 4일 동안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려 했던 교황을 조명했다. MBC의 17일 보도가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MBC는 지난 16일에도 교황이 광화문 시복미사 직전 김영오 씨 두 손을 잡고 위로했던 소식을 축소해 입길에 올랐다. KBS나 SBS는 별도 꼭지를 할애해 보도했지만, MBC는 16일 첫 번째 리포트 <124위 시복미사 100만 명 운집>에서 김씨를 여러 참가자 중 하나로 묶어 보도했다. 김씨 모습이 10초 남짓 담긴 이 리포트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소식은 담길 수 없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