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세월호 유가족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는 이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지난 13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옆 도로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10여 명과 수십 명의 ‘416인 광화문 국민농성단’은 수백 명의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도로 점거’를 이유로 이들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관련 기사 : 13일 청운동 주민센터는 ‘아비규환’이었다>

단원고 학생 故 최성호 군 아버지 최경덕씨가 실신하고, 故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씨가 예지 양 이름표의 줄로 스스로 목을 조를 만큼 이날 상황은 위급했으나 13일 방송 뉴스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KBS <뉴스9>은 10번째 꼭지 <‘세월호 순례단’ 대전 도착…관심 호소>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도보 순례단 소식을 전하며 청운동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경찰 진압 장면이나 다급했던 유가족의 모습을 보도하지는 않았다. KBS는 “이에 앞서 일부 세월호 유가족 등이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뒤 청와대로 향하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여 유가족 2명이 다쳤다”며 파고가 잠잠해졌던 오후 5시께 현장 화면만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청운동 상황에서 유가족은 청와대로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고, 쌍방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몸싸움을 벌인 것도 아니었다. 

SBS <8뉴스>는 7번째 꼭지 <“농성은 하되 천막 일부 철수”>에서 교황 방한을 기대하는 세월호 유가족 소식과 천막 철거 뉴스를 보도했다. SBS는 이 뉴스 말미에서 “이에 앞서 오늘 오전 서울 자하문로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들과 경찰의 충돌이 빚어졌다”며 “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섰고, 실신한 일부 희생자 가족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앞서 말했듯, 유가족이 겪어야 했던 경찰의 강경 진압은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 유가족 10여 명은 수백의 경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도로 밖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다만 SBS는 KBS와 다르게 유가족이 실려 나가는 순간은 포착해 보도했다.
 

   
▲ 지상파와 JTBC 메인뉴스 13일자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KBS, MBC, SBS, JTBC)
 
MBC에서는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경영진들이 세월호 히스테리에 걸렸다”는 불만이 내부 기자 사이에서 제기될 정도로 그동안 MBC는 세월호 관련 소식을 백안시해 왔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방어했다. 2번째 꼭지 <‘대통령 7시간 행적’ 공개>에서 앵커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석연치 않다, 야당이 그동안 이런 의혹을 제기해왔는데, 박 대통령의 행적이 오늘 공개됐다”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 줄곧 청와대 경내에 머물며 오전 10시부터 밤 10시 9분까지 21차례 보고를 받았고, 20∼30분 간격으로 유선 또는 서면으로 보고가 이뤄졌으며 박 대통령은 필요한 지시를 했다는 것. 청와대가 서면답변을 통해 밝혔다지만 이는 엄연히 언론 검증의 대상일 터. MBC는 청와대 받아쓰기만 한 셈이다.

한편, JTBC <뉴스9>은 16번째 뉴스 <유가족 청와대 항의방문…경찰과 충돌>에서 관련 소식을 다루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JTBC 역시 단순 ‘충돌’로 해당 사건을 접근해 이 과정에서 얼마나 위급한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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