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씨앤앰‧티브로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비정규직 문제를 직접 풀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한 달이 훌쩍 넘은 씨앤앰‧티브로드 하청 노동자들의 노숙 농성과 고착화한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풀려면 과거 박 대통령의 공약부터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케이블방송통신 불법간접고용 구조개선과 비정규직노동자생존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와 참여연대, 희망연대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1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케이블방송통신 불법간접고용 구조개선과 비정규직노동자생존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와 참여연대, 희망연대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1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량해고와 노조탄압으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이남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간접고용 문제 해결 없이 경제 혁신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비정규직 간접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배 개선 없이 경제민주화는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교황은 가난한 자들의 편”이라며 “그에게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투기 자본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는 현실을 그를 통해 전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대기업의 수출 흑자가 월 백 억 달러를 넘어서고 무역규모가 세계 8~9위에 안착돼 있다. 그런데 왜 장기 불황이라고 부르는지 혹시 아느냐”며 “그것은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외면한 채 부동산 경기 활성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등 기업을 대상으로 허영심만 조장하는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소득을 높여야 하고, 노동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노동자들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가치를 올려야, 그래서 소득분배가 개선돼야 내수가 살고 경제가 산다”고 지적했다.

   
▲ 이시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티브로드 지부장은 13일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집회를 통해 “세월호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그리고 노숙 농성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무엇이 두려워 특별법 제정을 막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이시우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티브로드 지부장은 “세월호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그리고 노숙 농성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며 “무엇이 두려워 특별법 제정을 막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은 현재 대기업들의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대기업은 현재 정부처럼 노동자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하루바삐 세월호 문제와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에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불법파견, 불합리한 간접고용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케이블방송통신 불법간접고용 구조개선과 비정규직노동자생존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와 참여연대, 희망연대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1시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이종탁 희망노조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케이블방송‧통신의 규제를 완화한 결과, 케이블방송 업계는 인수‧합병 전쟁이 시작됐다. 또 IPTV와의 가속화한 경쟁으로 노동자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티브로드는 천 억이 넘는 당기순이익, 씨앤앰은 500억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는데도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고용보장, 근속승계 약속을 모두 깨버렸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간접고용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관심은 대체 무엇인가”라며 “이런 상황을 관망만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씨앤앰‧티브로드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와 간접고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실효성 없는 전시성 경기 부양책과 임시방편 비정규직 대책은 대증요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대면해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라고 판단할 때,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중한 생존권을 지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