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항의 방문을 하던 희생자 유가족들이 경찰 진압과정에서 실신했다. 故 박예지 양의 어머니 엄지영씨와 故 최성호 군 아버지 최경덕씨다. 이들은 13일 오전 11시 30분께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416인 광화문 국민농성단 기자회견’에 참여해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들 ‘416인 광화문 국민농성단’은 청와대를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청운동 주민센터 옆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청와대로 가는 길목이었다. 최씨를 비롯한 유가족과 국민농성단 수십 명은 도로 위에서 경찰 병력과 마주했다.

   
▲ 故 최성호 군 아버지가 13일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옆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한 뒤 “이럴거면 다 죽여라”라며 절규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riverskim)
 

최씨는 이 자리에서 “누구를 위한 대통령입니까”, “대통령은 제발 약속을 지켜라”라고 외쳤으나 돌아오는 것은 경찰의 해산명령이었다. 경찰은 12시 10분께 “세월호 대책위 여러분. 여러분이 하려는 공공기관 진입시도, 도로점거 모두 불법입니다. 3차 해산 명령을 하겠습니다. 해산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 모두 채증하세요”라고 말했다.

경찰에 둘러싸여 있던 권영국은 변호사는 경찰 측에 “유가족들이 청와대 방문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해 달라”며 “면담 절차에 대해 경찰이 안내를 한다면 나가겠다. 정식으로 안내를 한다면 인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으나, 경찰은 “불법 집회를 하시면 안 된다. 변호사님 (불법성에 대해) 다 아시면서 이러시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했다.

   
▲ 13일 청와대 항의 방문 과정에서 경찰의 진압에 끌려가는 유가족과 '416 광화문 국민농성단' (사진 = 김도연 기자 @riverskim)
 

12시 50분경. 경찰은 도로에 앉아있던 유가족과 농성단을 본격적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경찰은 “다리부터 잡아”라고 말했고, 이에 저항하던 유가족 최씨는 경찰의 진압으로 실신한 채 인도로 끌려 나갔다. 엄씨는 경찰의 진압이 강경해지자, 유가족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의 줄로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르기까지 했다.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경찰은 흥분한 유가족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도로 밖으로 내보내려는 모습만 보였다.

   
▲ 故 박예지 양의 어머니가 13일 청와대 항의 방문 중에 발생한 경찰의 강경 진압에, 이름표 줄로 스스로 목을 매려는 모습. 유가족이 극도로 흥분된 상태였지만 경찰은 유가족을 도로로 내모는 것에만 집중했다. (사진= 김도연 기자)
 

   
▲ 故 최성호 군의 아버지가 13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실신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 故 박예지 양 어머니가 13일 청와대를 방문하려다 경찰과 대치한 후,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실신했다. 그의 목에 선명하게 보이는 상처. 그는 이름표 줄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riverskim)
 

오후 1시. 미리 대기해 있던 구급차가 유가족 엄씨를 태우고 현장을 떠났고, 곧이어 최씨도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오후 2시 현재, 남은 유가족과 농성단은 청운동 주민센터 맞은편에서 청와대 항의 방문을 위해 경찰과 대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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