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죽음의 상징이 되고 있다.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군 입영 거부 운동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맞아 죽을지 모르는 곳에 어떻게 자식을 보낼 수 있느냐는 하소연이다. 윤 일병 사망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은 참혹한 가혹행위와 군 수뇌부의 은폐 조작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지키려고 간 군대에서 동료 병사로부터 인간 이하 취급을 당하고 관련 사실이 드러나도 감추기에 급급한 군의 모습을 보면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퇴색되고 군 당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군 피해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군 폭력의 실상과 치부를 과감히 드러냈을 때 이에 걸맞은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양심적 병역 거부로 인한 피해자, 성 소수자, 군 의문사, 군 가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최근 가혹행위의 여러 유형을 두루 살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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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전통’ 지킨 군 가해자들도 결국 피해자
② 
“게임 캐릭터 팔아라…대출 정보 내라”
③ 
게이라고? 성관계 사진으로 증명해봐
④ 감옥을 견뎌야 한다는 것, 전과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

최근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대 내에 만연한 인권유린과 폭력 문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군대 내 의문사의 경우 과거 특별법에 따라 활동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일부 억울한 사망자의 명예를 회복시켰고 현재 국민권익위원회가 일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군 재심사위원회 구성과 지위 등 여전히 제도적 미비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육군의 경우 올해 6월까지 국민권익위를 통해 군 사망자 관련 43건의 재심사 권고가 나갔지만 그중 23건만 순직 판정을 내렸다. 과거 ‘군 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2006~2009)의 재심의 결정도 국방부나 보훈처 등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치며 진정신청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군 의문사 희생자의 유족들이 지난해 5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 의문사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군에서 아들을 잃은 유족들의 사례발표를 들으며 영정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7년 군의문사위는 선임병으로부터 잦은 욕설과 질책을 당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에 걸려 자살한 금모 일병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금모 일병은 우울증 진단을 받고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고 그 결과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 자살했다.

금 일병의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그의 사망구분은 자살로 처리됐지만 군의문사위는 조사결과 “당해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된 사망 또는 상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 일병 사건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진행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리자 군 역시 재심의 신청을 기각했다. 군의문사위나 현재 국민권익위의 결정이 군 재심사위 판단에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구속력이 없고 국가유공자 등 순직 처리가 되기 위해선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의 의결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군 사망자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하는 보훈보상대상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일부 유족들은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해 긴 법정공방을 이어가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포기하는 유족들이 대다수다.

이와 관련해 조성주 군경의문사 진상규명 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군 당국이 피해 유족들에게 부검 결과 등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족들이 재심의 절차나 방법을 몰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군 의문사를 조사하기 위한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현재 국민권익위가 가진 조사 기능과 범위를 확대해 진정 수렴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민권익위 국방보훈민원과 관계자는 “현재 군 사망자 관련 1차 심사와 재심 모두 각 군에서 하므로 권익위는 형평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방부가 통합 재심사하고 민간위원도 절반 이상 참여토록 계속 권고했다”면서 “하지만 국방부는 법 개정과 위원회 관리의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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