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요구를 무시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밀실 합의에 분노한 대한민국 엄마들이 국회로 몰려들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과 분당여성회, 판교맘 세월호모임, 82쿡 엄마당 등 13개 엄마단체 회원 100여 명은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밀실 합의 파기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엄마가 투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특별법이라는 이름의 빈껍데기 졸속 합의를 당장 파기하고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들을 우롱하지 말라”며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고 국회의원도 정치인도 다 필요 없다. 이제 우리 자식 키우는 엄마들이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새정치연합 당사에서 농성 중인 7반 건호 엄마는 ‘내가 뽑은 지도자가 내 아들을 죽였다. 평범한 국민을 투사로 만드는 것만은 대한민국이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며 “내 자식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다시는 그 어떤 부모도 이런 참사로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 피눈물 흘리는 일이 없는 안전한 미래를 엄마가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엄마의 노란손수건과 분당여성회, 판교맘 세월호모임, 82쿡 엄마당 등 13개 엄마단체 회원 100여 명은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밀실 합의 파기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세월호를 탔던 304명의 희생자들이 엄마아빠를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갔을 때 구조를 하라는 해경은 구경만 하고 있었고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은 어디 갔는지도 몰랐다”며 “진정한 국가라면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우리 유가족이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서명을 받으러 전국을 울며 뛰어다닐 때 국가는 어디에 있었고 지금 국가는 어디에 있나. 이것이 무슨 국가냐”고 성토했다.

다음카페 세대행동 회원이자 고2 자녀를 둔 정여혜씨는 새누리당과 합의로 공분을 일으킨 새정치연합에 대해 “유가족을 기만하고 야당이어서 이것밖에 못했다는 야당 대표는 우리에게 필요 없고 자신 없으면 정치계를 떠나라”며 “만약 오늘 의원총회에서 밀실야합이 정당화된다면 더 이상 새정치는 야당으로서 존재가치가 없기에 국민과 엄마의 이름으로 해체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엄마의 노란손수건과 분당여성회, 판교맘 세월호모임, 82쿡 엄마당 등 13개 엄마단체 회원 100여 명은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밀실 합의 파기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을 만나러 국회 진입을 시도했지만 불과 몇 미터도 가지 못하고 경찰에 의해 길목을 차단당했다. 그러자 국회 안에 있던 가족들이 직접 국회 앞까지 마중 나와 ‘엄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에 엄마들도 “우리는 엄마입니다. 우리 모두 아이들을 지키겠습니다.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며 유가족들을 격려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도 이날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지역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원로들이 참여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양당의 합의 파기를 위해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의 약속 국민농성’을 광화문에서 이어 가기로 결의했다.

대책회의는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의 문제점은 여당의 ‘전례 타령’에 야당이 원칙 없이 승복해 만들어진 지극히 관성적인 처방이라는 점”이라며 “특별법과 특검이 과거처럼 실효성 없는 요식절차가 돼 4·16 대참사 이후에도 동일한 참사가 재발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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