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도 수사·기소권이 배제된 세월호 특별법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족 모두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홀로 살아남은 5살 권지연양의 큰아버지이자 실종자 권재근씨(51·동생)씨와 권혁규군(6·조카)의 가족인 권오복씨(59)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7일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가족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특별법안을 새누리당과 합의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우리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요구했는데 새정치연합은 뭐 하나 관철하지도 못하고 꼬리를 내렸다”며 “실망을 떠나서 참으로 어이가 없고 우리는 도저히 (여야 합의를) 인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특례입학도 누구도 원하는 사람이 없는데 왜 자기들끼리 만든 것을 끼워 넣어 특별법을 흐리는지 모르겠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으면 진상규명을 안 하겠다는 것이어서 합의 내용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이어 “이곳(진도)의 가족들은 우선 실종자를 찾는 게 목적이어서 여야 합의가 끝까지 가는지 두고 보겠지만 (그대로 통과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제대로 수사해서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었던 지난달 25일 가수 김장훈씨와 고 이보미양이 함께 부르는 '거위의 꿈' 영상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아울러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정부세종청사 집무실로 복귀할 것을 요구한 발언과 관련해 이날 오전 이 장관과 진도군청에서 면담을 했다.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이날 오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대통령과 총리, 장관이 마지막 실종자 한 명까지 찾도록 약속했기 때문에, 사고수습을 마무리할 때까지 책임지고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진도에서 가족과 함께하며 차질 없이 현장을 지휘해 실종자 수습 약속을 지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배 변호사는 김무성 대표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과 실종자 가족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도 모르고, 장관이 진도 팽목항에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장관에게 사실상 지시를 했다”며 “이주영 장관이 사고 현장을 지휘하는 범정부 ‘사고대책’ 본부장 이라는 점과 ‘해답은 현장에 있다’ 고 명시했던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선언문의 내용을 상기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와 관련해서도 배 변호사는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여당 대표마저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며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한 세월호 선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면서 “진정으로 참사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세월호 가족의 뜻에 부합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결단’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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