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자사 기자의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 의뢰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SBS 보도국 간부들이 경찰 수사까지 염두에 둔 것은 SBS 보도국 기자가 사내 정보망에 올린 취재 정보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속칭 ‘지라시’로 자신에게 되돌아 온, 다소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그러나 경찰에 노트북·휴대 전화·외부 메일 등을 넘기는 것은 기자의 취재 권리 및 취재원 보호 윤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취재 정보 유출’ 사건은 다음과 같다. 지난 7월 말, SBS 사내 게시판에 <‘취재 정보 장사’ 한 번 생각해봅시다>란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인천지검을 취재하던 SBS 김 아무개 기자였다.

SBS 보도국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올린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관련 정보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지라시에서 똑같은 형태로 되돌아 왔다는 내용이 담긴 글이었다. 즉 언론 윤리를 뒤흔드는 ‘취재 정보 장사’를 강하게 비판하는 취지였다.

SBS 고위 간부들은 이를 심각한 상태라고 인지, 취재 정보 유출자를 찾기 위해 경찰 수사 의뢰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SBS는 사내 로그 파일 수색을 통해 유병언 관련 취재 정보가 올라온 시점과 지라시로 배포된 시각 사이 사내 정보망에 접속한 구성원 100여 명을 추렸고, 이들에게 최영범 SBS 보도본부장 이름으로 ‘불편하더라도 경찰 수사에 협조하라’는 뜻이 담긴 메일이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근 SBS 특임부장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심각한 일이다. 취재정보가 그대로 외부로 유출됐다는 건 취재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며 “자체적으로 경위 조사를 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경위를 밝혀내기 어려우면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밝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나”는 질문에는 “아마 곧 의뢰가 들어갈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SBS 내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BS의 한 관계자는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경찰 수사 의뢰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렇게 할 수도 있으니 관련된 사람이 와서 사정을 설명하라는 취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재정보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지라시에 도는 건 문제고 기자 입장에서도 불쾌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찾고 싶다면 지라시를 받은 사람부터 거꾸로 올라가서 찾아야지 기자 100여명 노트북과 이메일을 어떻게 뒤질 수 있나.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앞으로 취재원들이 SBS와 접촉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수사기관이 기자 한 명을 압수수색한대도 언론사 전체가 들고 일어나야 할 것인데 언론사 스스로 기자의 취재 내용, 취재원에 대한 기록 등을 경찰에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 유출은 정말 큰 문제이지만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고 기자들의 노트북, 메일 등을 고스란히 경찰에 넘겨야 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마 사회부 기자들이 큰 문제일 것 같다. 경찰 내부에 취재원도 많을 텐데 만약 경찰 수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그들이 SBS 취재 요청에 응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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