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와 씨앤앰(C&M)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씨앤앰이 파업 대체인력 투입에 15억 원이 넘는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무력화해 씨앤앰 매각가를 높이고 업계에서 빠져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씨앤앰, 대체인력 8000명에 ‘15억원’ 투입

6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이 공개한 씨앤앰 내부자료 ‘파트너사 CP관련 인력운영 현황’을 보면, 씨앤앰은 지난 5월 3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대체인력 8,000명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방문판매 대체인력은 4,221명, 공사업무 대체인력은 3,779명이었다. 하루 평균 157명에 달하는 수치다. 비용은 15억 6,943만 원(일당 약 20만 원)이었다.

   
▲ 5월 31일부터 7월 20일까지 투입된 대체인력 현황 자료 (자료 :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은수미 의원실이 공개한 또 다른 내부자료 ‘지역별 인력 Grouping현황(인력 추정)’을 보면 씨앤앰은 24개 협력업체(파트너사, 하청업체)의 인원현황과 업무, 그리고 소속 직원의 노동조합 가입비율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희망연대노조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비해 예비인력과 인력 전담업체를 미리 확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 씨앤앰의 정교한 ‘노조 무력화’ 계획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원청의 대응이 하청업체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은수미 의원은 지난 6일 “원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파업권이 심각하게 무력화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씨앤앰의 막가파식 노사분쟁, 협력사 관리의 이면에는 대주주인 MBK의 ‘먹튀’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 케이블방송 씨앤앰이 협력업체(파트너사)의 인력현황 및 대체인력 확보현황을 정리해놓은 자료 (자료 :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씨앤앰 관련 긴급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노조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 새로운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업무를 도급줄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며 “원청이 노조법상 협력업체 근로자의 사용자라고 한다면, 쟁의행위 기간 중에 새로운 근로자를 고용하거나 업무를 도급주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법원은 과거 현대중공업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원청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며 “따라서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이 쟁의행위 중인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 대해 정상 업무 수행을 강요하거나 협력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협박하고 협력업체 직장폐쇄에 관여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덧붙였다.

다시 불거진 사모펀드 ‘먹튀’ 가능성
행정기구의 규제 및 입법 시급

현재 씨앤앰 지분의 90% 이상은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소유하고 있다. 씨앤앰 지분을 매입할 당시 KCI는 비용 2조 2천억 원 가운데 70%에 달하는 인수비용 1조 5천6백억 원을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KCI의 2009년 감사보고서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08년, 2009년 2년 동안 이자 비용만 각각 989억 원, 988억 원이 발생했다. 이 같은 차입 경영은 자금 압박으로 이어졌다. 하청 쥐어짜기 구조가 가속화한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 토론회 발제자였던 이대순 변호사(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이상득 전 의원 아들이 깊게 관여했을 정도로 이명박 정권과 맥쿼리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며 “KCI 주요 구성원이 사모펀드여서 방송사업자로 적격성이 의심스러웠음에도 당시 방송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KCI의 씨앤앰 지분 획득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과도한 차입을 통해 인수대금을 지급한 KCI 경우 투자비 회수와 수익실현을 위해서 단기 이익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했다. 장기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는 제한했다”며 “씨앤앰은 대주주 이자 비용을 갚는 것에 급급했다. 이 결과, 경영 방식이 수익 극대화를 위한 요금인상, 구조조정, 외주화와 비정규직화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씨앤앰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영업이익 4,841억 원 가운데 2,557억 원(53.2%)이 이자비용으로 지출됐고, 5년간 당기순이익 1,647억 가운데 81.6%인 1,344억 원이 주주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씨앤앰 영업이익 대부분이 이자비용과 주주 배당금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 변호사는 “단기간 고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가 공공성과 공적책임을 강조하는 영역인 방송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각을 앞둔 투기자본 씨앤앰 케이블방송의 ‘먹튀경영’ 사례 발표 및 ‘슈퍼갑질·비정규직해고’의 문제점과 경제민주화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 (사진=김도연 기자)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씨앤앰 인수 당시 상황을 보면, 정부가 KCI로의 대주주 변경을 갑작스럽게 승인했다. ‘먹튀’ 승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유료 플랫폼이 방송 플랫폼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규제 기관이 불법 행위와 불공정 행위 등을 엄밀하게 규제해야 하는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사무처장은 “방통위와 미래부 등 규제기관에서 사모펀드가 어떻게 구성이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두 규제기관이 실태조사를 위해 현장에 나가 행정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탁 희망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자본 매각 과정에서 방송 공공성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재 금융업계 인수합병 절차만으로 케이블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기회에 사모펀드들이 케이블 방송에서 손을 떼게 만들어 케이블 방송의 공익성과 정당성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익에 부합하는 인수 기업과 대주주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관한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들어설 때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씨앤앰 사례는 사실상 정부가 사모펀드를 위해 빗장을 열어준 사례다. 이들은 방송 공정성을 해치고 먹튀 과정에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노동권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기준 의원도 “사모펀드 맥쿼리와 MBK는 차입으로 씨앤앰을 인수한 뒤, 이익이 나는대로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하며 자기 뱃속 채우기식의 경영을 해왔다”며 “매각을 통해서 마지막 이득을 챙기려 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는 안중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문대 변호사는 “은수미 의원이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안과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간접고용을 근절하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법안”이라며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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