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생산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여야 간 협상을 재개시켜 빨리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자’는 문구가 밟힌다. 문제는 이미 언론은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유병언이 살아 있을 때 유병언과 '구원파 정국'이었고, 유병언이 죽은 것으로 발견됐을 때는 '시체 정국'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유대균이 검거됐을 때는 '치킨 정국'이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20일 넘게 단식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에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언론에겐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청문회 증인 채택을 회피하면서 재보궐선거 이후 ‘보상’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제안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지원 특별위원회 참석을 거부했다.

이런 상황은 방송에선 JTBC와 KBS 정도만 보도하고 있다. JTBC는 지난 4일 뉴스9에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데 새누리당이 유가족 지원 문제를 꺼내들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고, 같은 날 KBS는 뉴스9에서 “유가족들은 이제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 2014년 8월 4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상암동 시대를 열었다며 연일 자사 이사 소식을 보도한 MBC는 4일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유가족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일 MBC는 “새누리당은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세월호 피해자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SBS도 피해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을 보도하지 않았다.

신문에서도 세월호 참사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4일 피해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보도하지 않았다. 가수 김장훈씨가 세월호 단식에 동참했다는 내용도 몇몇 언론에서만 짧게 소개됐다.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막말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중인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노숙자’에 비유했지만 지상파 방송 어느 곳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지난 4일 사설에서 “정치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의심케 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와 관련, 가수 김장훈씨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참담하고 힘도 없는 유가족들은 매일 희생하며 죽어가고 있는데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강 건너불구경, 언론도 침묵, 또는 굴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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