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재보선에서 유례없이 참패함에 따라 박근혜 정권 아래 야당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상당기간 야당이 대한민국에서 집권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돈다.

돌이켜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을 내준 지난 2007년 이후 한차례 지방선거와 다섯차례 재보선을 제외하고 큰 선거에선 늘 패배했다. 2010년 지방선거 승리 직후 벌어진 재보선 참패, 과반을 차지할 것이라던 2012년 총선에서의 패배(새누리가 과반), 잇단 대선 패배 등. 이 때마다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뼈를 깎는 반성으로 거듭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결과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무엇 때문에 달라지지 않았으며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당내외 인사들의 견해를 들어봤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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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상태에서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없으면 야당의 미래는 없다. 그건 확실하다. 새누리당 이전에 야당이 먼저 망할 것이다.”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혹독했다. 국민 누구나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역사학계의 원로이자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심사위원장을 지낸 안병욱(66)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는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4·16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은 우리 사회가 대단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지나온 행적과 현재의 좌표, 앞으로 항로를 생각하면서 따져보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야당은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채 4·16 이전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안 교수는 “지금 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우리 사회를 얼마만큼 후퇴시키고 있고 역사가 나아갈 방향을 오도하고 있는지 아주 무관심하거나 보수세력과 똑같은 수준의 현실감각 갖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은 야당의 맹목성을 지난 보궐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알게 됐고 현재 야당의 공천을 비롯한 여러 행태에 대해 실망하고 기대를 버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안 교수는 호남이라는 지지 기반과 지역구에 안주해 있는 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자기 지역구의 차기 당선 외에 관심을 안 두게 되면 지난 보궐선거에서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전남에서도 낙선했듯이 국민이 채찍을 들 수밖에 없다”며 “전남 순천·곡성에서 보여준 것이 그것이고 광주 광산을의 낮은 투표율(22.3%)이 얘기해 주듯 130명의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이 자기는 큰 문제없이 당선될 거라는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면 다음 총선에서도 반드시 혼쭐이 날 것”이라고 질책했다.

반면 야당 4·16 이후 국민들 가슴 속에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는 비판의식과 변화의 의지를 정확히 짚어낸다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게 안 교수의 주장이다.

안 교수는 “보수 정치세력과 언론은 4월 15일 상태에서 전혀 변화가 없지만 그 사이 국민은 대단히 많은 역사변화의 의지를 가슴 속에 축적해 왔고, 그것이 현 정부의 무능과 겹쳐서 어떤 계기가 생겼을 때 폭발할 것”이라며 “변화의 동력이 생겼을 때 야당이 방향을 잘 잡고 개인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시민사회와 함께 프로젝트를 치밀하게 기획해 추진한다면 다음 총선에라도 지금까지 후진적 후퇴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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