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발생원인과 진상규명 대신 유병언 일가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SBS 내부에서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SBS 8뉴스는 지난달 29일 한 꼭지를 할애해 유병언 일가를 둘러싼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비판했다. 하지만 SBS 보도 역시 이러한 ‘본질 흐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종편만큼은 아니었지만 유대균씨 ‘호위무사’로 알려진 박수경씨의 얼굴이 드러난 검거와 압송장면을 여러 차례 내보냈고, 태권도사범 등 박씨의 이력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일부 언론 ‘유대균·박수경 보도’ 자아비판 했지만 …>
 
SBS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는 5일 발행된 노보를 통해 “유병언 회장의 사망, 그리고 장남 유대균씨의 검거 과정에서 SBS는 유병언 일가가 이렇게 해상안전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도록 일조한 사회 시스템, 행정부, 정치권 등의 책임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공방위는 “SBS뉴스는 일부 종편뉴스와 보도전문채널들이 내놓는 뉴스들에서 멀어지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보도의 제작 이곳저곳에 부족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공방위는 “유병언 일가의 횡령과 배임, 세월호의 부실 운영을 소상히 밝히고 이들의 재산을 몰수해 유족들에 배상하는 것만이 국가의 남은 역할은 아니”라며 “침몰 상황에서 해경의 부실했던 초동 대응과 그 엄청난 결과에 대한 책임, 대한민국의 해상 안전 시스템을 이렇게 방치해 놓았던 안전행정부에 그 책임을 묻고 나아가 국가 시스템 전반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하는 쪽으로 SBS의 카메라와 마이크는 꾸준히 향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9일자 SBS 8뉴스 갈무리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유대균씨가 검거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SBS를 포함한 KBS, MBC, YTN, 종편3사 등 7개 방송사 메인뉴스의 헤드라인은 유대균씨 검거 관련 소식이었다. 7개 방송사의 유대균 검거 관련 보도는 106건이었던 데 반해 세월호 특별법과 유가족의 단식에 관련된 보도는 7건(KBS 1건, JTBC 4건, TV조선 2건)에 그쳤다.
 
공방위는 “지난달 28일 세월호 사고 당시 생존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법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관련 기사는 당일 SBS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며 “여전히 실종자가 남아있고 사건의 전말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데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를 즉시 다루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고 밝혔다.
 
공방위는 또한 “SBS 프로그램들은 참사 자체를 이야기할 때마다 시스템과 국가의 책임을 더 날카롭게 짚어주고 더 나아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의 필요성을 우선 유족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인식해 공론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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