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아울렛의 ‘명절 선물 리스트’를 공개한 이석 시사저널 기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10개월을 구형받고, 법원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7월 1239호 기사 <마리오아울렛의 선물, 원세훈도 받았다>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등 MB정권 초기의 장‧차관이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으로부터 고가의 명절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홍 회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만희 전 장관이 취임할 때 별도로 ‘영전 축하금’까지 건넸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이 공개한 문건에는 MB정부 인사들 외에도 국회의원, 지방법원장, 지검장, 경찰서장, 세무서장, 구청장, 은행장, 기업인, 언론인 등이 포함돼 있다. 시사저널은 홍 회장이 이들을 S급부터 A, B ,C, D급까지 5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했고, “매년 수억 원을 명절 선물로 지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홍 회장이 2007년부터 소송을 진행 중이던 한국산업단지공단 박봉규 전 이사장에게 선물을 보냈다가 거절당했고, 수취 거절을 한 인사의 말을 빌려 “법적 다툼을 벌이던 마리오아울렛에서 매년 선물을 보내와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시사저널은 나아가 마리오아울렛을 둘러싼 규제가 풀린 것이 홍 회장의 ‘인맥’ 덕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홍 회장의 인터뷰도 실었다.
 
   
▲ 시사저널 1239호 기사 갈무리
 
마리오아울렛과 홍 회장은 기사가 나간 이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1억 원의 손해배상(마리오아울렛, 홍성열 회장 각각 5천만 원)을 청구했다. 마리오아울렛은 홍성열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절 선물을 보낸 사실이 없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만의 전 장관, 박철곤 전 국무차장에게 꽃바구니를 보낸 적은 있지만 영전 축하금을 건네지는 않았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마리오아울렛은 ‘명절 선물 리스트’는 홍 회장이 선물을 보낸 내역이 아니라 홍 회장이 지인들로부터 받은 선물의 내역이며, 선물의 가격은 최하 3만원에서 평균 10~30만원 수준으로 총 금액은 매년 수천만 원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산업단지공단 박 전 이사장에게 1차례 선물을 보낸 적이 있지만 여러 차례 선물을 보낸 사실은 없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마리오아울렛과 시사저널은 언론중재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언론중재위가 지난해 9월 2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린다. 언론중재위는 시사저널에 마리오아울렛가 요구한 내용이 담긴 정정보도문을 게재할 것, 마리오아울렛과 홍 회장 각각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마리오아울렛과 시사저널 양측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리오아울렛은 “소송으로 관련 사안을 다투겠다”며, 시사저널은 “중재위가 결정한 정정보도문 내용 일부에 동의할 수 없고 손해배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재위 결정을 거부했다.

결국 사건은 민사소송으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4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4부는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등을 골자로 한 원고(마리오아울렛)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마리오아울렛은 ‘일부 승소 판결’에 불복해 지난 6월 3일 항소를 제기했다. 박봉규 전 이사장에게 선물을 여러 차례 보냈다거나 선물비용이 수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 등에 대한 정정보도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시사저널은 1심 판결 이후인 4월 23일 발행된 1279호에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시사저널은 정정보도문에서 1) 홍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을 보낸 적이 없다는 점, 2)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만의 전 장관, 박철곤 전 국무차장에게 영전시 현금성의 ‘영전 축하금’을 건넨 사실이 없다는 점이 밝혀졌으므로 보도를 바로잡는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정정보도문
 
이석 시사저널 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문제가 된 두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사 내용이) 사실이다. 언론중재위에서 중재를 했는데 지나치게 마리오아울렛 입장에서 결정을 한 것 같아 중재를 받지 않았고, 그래서 민사소송까지 가게 됐다”며 “1심 판결 이후 항소 여부와는 관계없이 팩트가 틀린 부분에 대해서는 정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7월 9일 시사저널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이 기자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이에 따라 이 기자는 8월 13일로 예정된 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양 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마리오아울렛은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입장을 통해 “한국인 정서상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관례에 따른 것이지 대가성이나 불순한 의도는 전혀 없었고, 일반 기업에서 전달하는 명절 선물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선물을 전달한 지인 중 공직자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교수, 금융인, 기업가 등 일반인”이라고 밝혔다. ‘등급’을 나눠 선물을 보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개인적 친밀도에 따른 선물 품목의 구분이며 사회적 영향력 등 다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리오아울렛은 “하지만 시사저널은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통해 당사가 불법 로비로 관공서의 특혜를 받고 있는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다. 이를 통해 30여년 간 양심적으로 경영해 온 기업가와 기업의 명예가 실추되고 고객들에게도 불편을 드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사저널은 팩트가 잘못된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석 기자는 “기사는 내부 문건을 공개한 것이었고 ‘정부에서 명절 선물 안 받기 캠페인을 했는데 알고 보니 고위층 공무원들이 다 받았더라, 누가 받았을까’가 기사의 핵심”이라며 “기사를 모두 검증하지 못한 실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사를 왜 쓰게 됐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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