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이 심어놓은 간첩’이라고 한 탈북자의 발언을 방송한 채널A에게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 4점)라는 제재를 결정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첫날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양산한 방송사들에겐 지난 2일 ‘권고’ 조처를 의결했다.

앞으로 방송사가 이와 같이 공정성과 재난방송과 관련해 법정제재나 행정지도를 많이 받으면 재승인·재허가에서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전망이다. 3기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는 향후 3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정책과제를 4일 발표하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상임위원 정례회의에서 ‘제3기 비전 및 7대 정책과제’를 의결했다. 3기 방통위의 비전은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신뢰를 받는 방송통신 실현”이며, ‘7대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방송의 공적 책임, 공익성 및 공정성 강화
②방송 서비스 활성화 : 제도 개선 및 기반 구축
③방송통신 시장의 공정 경쟁 및 이용자 보호
④개인정보 보호 등 인터넷의 신뢰성 제고
⑤국민편익 및 경제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
⑥정확하고 객관적인 재난방송 등 사회안전망 구축
⑦통일에 대비한 남북 방송협력과 해외진출 강화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방통위는 방송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공정성’ 관련 제재를 받을 경우 방송평가에서 받는 감점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평가는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일부 반영된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의 막말, 편파 방송이 제도 변경의 배경으로 꼽혔다.

재허가·재승인 제도도 일부 변경된다. 기존에 방통위는 재허가·재승인 때마다 심사기준을 발표했나, 앞으로는 심사기준(심사항목, 배점기준 등)을 사전에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사업자들이 심사기준을 사전에 인지해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3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4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3기 비전과 정채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병철 기자.
 
방송사 매출과 직결되는 방송광고 ‘규제 완화’도 7대 정책과제에 포함됐다. 방통위는 “엄격한 광고 유형별 규제를 적용받는 지상파 방송에 ‘광고 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대립이 첨예한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바라는 MMS(다채널)와 울트라HD(UHD) 방송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미래부와 적극 협력해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UHD 방송 활성화 정책방안’을 마련하고, MMS는 2015년 실시(EBS 무료방송 등)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통신과 관련해서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시행에 따라 ‘단말기 보조금 경쟁’ 감시와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방통위는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법’을 제정해 방송법,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상 이용자 피해 제재규정을 통합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도 7대 정책과제 중 하나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 시행으로 오는 8월까지 포털 등이 주민등록번호를 파기해야 됨에 따라, 131개 대형 사업자(1일 평균 방문자수 10만명 이상)는 특별 점검하고, 영세 사업자는 기술 지원(2014년 25억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빅데이터 개인정보 가이드라인’과 ‘잊혀질 권리’, ‘디지털 유산’ 등 디지털 시대에 제기되는 새로운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으로 나뉘어진 분쟁해결 제도를 통합해 사안에 따라 분쟁조정과 재정을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 참사로 문제가 드러난 재난방송의 법령, 고시를 정비하고,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등 남북방송 협력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앞으로 국민들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정책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진행결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서 임기 안에 정책과제가 체계적으로 이루어나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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