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본관 복도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가족들이) 저렇게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디 뭐 노숙자들이 있는 그런…”이라는 말을 하며 국회에서 단식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을 노숙인과 비교했다.

비단 김 의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교한 바 있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여당 정치인들의 그와 같은 ‘막말행렬’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두 번 울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새누리당 일각과 조선일보도 매우 황당한 것 같다.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본부장은 “이런 발언과 행태는 구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역시 4일 사설 <세월호 유족 ‘노숙자’ 비유한 여, 벌써 오만해졌나>에서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 조선일보 8월 4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본인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어린 학생 수백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굳이 ‘노숙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더 큰 아픔을 주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기본 소양을 의심케 한다”며 “문제는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가리지 못하는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만 해도 세월호 참사에 머리를 조아리며 ‘국가 개조’를 약속했다”며 “국회가 제구실만 했다면 유족들이 지금처럼 장기간 농성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재·보선에서 야당을 심판했던 국민의 엄정한 눈길이 이제는 여당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지적처럼 최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세월호 참사 비하가 지나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개조할테니 도와달라’고 읍소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러니 새누리당 내부와 조선일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상파 방송뉴스만 보는 국민들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이와 같은 행태를 알 길이 없다. 뉴스에 내보내질 않기 때문이다.

   
▲ MBC 뉴스데스크. 8월 1일자 화면 갈무리.
 
지난 1일 김 의원의 ‘노숙인’ 발언이 불거졌을 때, 지상파 3사 어느 곳도 뉴스를 내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날 MBC는 <새누리당, 겸손한 개혁 강조…‘세월호 유가족 지원 특위’ 추진>리포트에서 “새누리당은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세월호 피해자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날은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가 무산되고 여당이 별도로 세월호 피해자 지원특위를 구성해 유족들과 협의키로 했다고 발표한 날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뒤로 미루고 ‘보상금’ 챙겨주기에 나선다는 것인데, MBC는 이에 대해 “겸손을 강조하고 있다”며 칭찬을 늘어놓은 것이다.

JTBC 손석희 앵커는 1일 보도에서 “다음 주로 예정돼 있던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는 증인채택문제로 그토록 난항을 겪더니 결국은 무산돼버리고 말았다”며 “이 와중에 여당의원은 농성중인 유가족들을 노숙자에 비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유가족과 일대일로 만나 돕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이 제안을 곱게 볼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같은 행동을 두고 방송사의 시각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여당 의원들의 막말 행렬이라는 사실을 보도한 JTBC의 문제였을까, 이를 외면한 MBC를 비롯한 지상파 뉴스들의 문제였을까? 답은 나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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