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20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광화문으로 가자, 여름휴가를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음악회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이날 광화문에서 여름휴가를 함께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곳은 어느새 따듯한 연대의 마음을 나누는 공간 됐다. 시민들이 있어 우리 가족들은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한 사회 건설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음을 여기 모인 여러분이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한 명의 힘은 작아도 우리가 함께하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저들에게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2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단원고 2학년 10반 고 이경주양의 어머니 유병화씨는 딸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을 때는 많은 시민이 눈물을 흘리며 아픔을 함께 나눴다.

“경주야 엄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아파도 힘들고 아프지 않을 거야. 엄마가 아프면 경주가 아프잖아. 분명히 경주가 마지막까지 엄마를 불렀을 때 그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단다. 반드시 눈물을 닦아줄게. 웃으면서 우리 만나자. 엄마는 항상 너와 함께이니까.”

유씨는 또 “(세월호 사고) 109일째 광화문에서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휴가가 된 것 같다”며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 휴가를 가셨다는데 아마 특별법 제정을 제대로 하려고 많은 고민을 하러 간 것 같다.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음악회에선 소리꾼 현미씨와 평화의 나무 합창단, 강허달림 등 음악·예술인들의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광화문으로 가자, 여름휴가를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음악회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해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사진=강성원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두 편의 시 ‘숲’과 ‘그리운 나무’를 낭송한 정희성 시인은 “이 일을 우리는 그냥 참사라고 하는데 참사라는 말은 곧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뜻이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며 “우리가 젊은 목숨을 제대로 구해내지 못했다고 볼 때 이것은 ‘참사’가 아니라 ‘참살’이다”라고 말했다.

정 시인은 이어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00일이 훌쩍 지났어도 아직 정부에서는 참사의 원인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여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몇 석 더 얻었다고 자기들이 승리자인 것처럼 떠들어 대고 세월호 참사를 덮으려 한다면 국민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광화문 국민휴가는 8월 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오는 9일에는 ‘아주 특별한 외침’ 문화제가 열리고 15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의 시민들이 모이는 범국민대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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