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과 채널A는 유병언씨의 운전기사 양회정씨와 유씨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김엄마가 자수하면서 다시 ‘유병언 죽음’으로 관심을 돌렸다.
 
내복은 ‘던바도’ 팬티는 ‘짐머리’…뉴스인가 홈쇼핑인가
 
유병언의 죽음을 다루는 TV조선과 채널A의 키워드는 ‘명품’이다. TV조선은 7월31일 하루 종일 시청자들에게 유병언씨의 내복, 속옷, 신발 브랜드에 대해 알려줬다. TV조선 뉴스1은 <유병언 속옷은 '10만원짜리' 스위스 명품>에서 유씨가 입고 있던 회색 내복은 프랑스 브랜드 ‘던바도(Dunbaado)’, 팬티는 스위스 브랜드 ‘짐머리(Zimmerli)’, 신발은 독일의 장인 브랜드 ‘핀 컴포트’(Finn Comfort)라고 전했다.
 
TV조선에 따르면 “던바도 내복은 신소재로 만들어 순면보다 수분 흡수와 방출 속도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벌에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이고, “1871년 탄생한 짐머리는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는 명품“으로 ”한 장에 10만원 정도“다. ”핀 컴포트는 정형외과 지식과 해부학을 바탕으로 발 변형 예방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진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 7월 31일자 TV조선 갈무리
 
TV조선은 이 같은 소식을 뉴스4, 뉴스7, 뉴스9에서도 전했다. 유병언씨 속옷이 명품이라는 소식이 하루에 네 번이나 보도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모양이다. 같은 날 채널A ‘뉴스TOP10’도 ‘내복부터 신발까지 명품족’이라는 키워드로 같은 소식을 다뤘다. 
 
물론 유병언씨가 입은 옷을 그냥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TV조선은 “이처럼 유병언 씨가 몸에 걸친 것들이 모두 해외 고가 브랜드인 것을 보면 누군가 유 씨를 살해하고 노숙자로 위장했다는 의혹은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유씨가 노숙자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 유씨가 입은 옷의 브랜드와 가격까지 세세히 밝힐 필요가 있었을까. 뉴스인가 홈쇼핑인가, 아니면 간접광고인가.
 
‘괴담’ 탓하지만…괴담 진원지는 TV조선과 채널A?
 
유병언씨의 죽음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자 채널A와 TV조선은 ‘괴담 비판’에 나섰다. 채널A는 7월30일 <‘유병언 시신 노숙자와 바꿔치기’… SNS 끈질긴 괴담>에서 “국과수의 발표가 거듭 나왔는데도, 유병언 씨의 시신이 가짜라는 괴담과 야당 의원의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허점을 노출한 검경 때문에 국민적 불신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정치권이 불신과 괴담 유포를 조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TV조선도 같은 날 <[데스크의 선택 ②] 선거 막판 '괴담' 들고 나온 野>에서 야당이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유병언 시신에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 7월 31일자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그렇다면 TV조선과 채널A는 ‘괴담’으로부터 자유로울까.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7월31일 전 구원파 신도를 인터뷰했다. 이 구원파 신도는 치아와 유병언의 풍채 등을 근거로 시신이 절대 유병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시사탱크>는 지난 7월28일 유병언씨가 은신해 있던 별장 문에 식칼이 꽂혀져 있던 사실을 공개하며 ‘조폭 연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TV조선 뉴스1은 <별장 대문에 꽂힌 식칼의 의미?>에서 “유병언 씨가 묵었던 이 별장 대문에 식칼이 꽂혀 있었다는 점에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유 씨의 죽음과 관련된 상징일 것이란 추측이 나돌고 있다. 특히 타살 의혹이 난무하면서 조폭과의 연계설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TV조선의 후속보도를 통해 검찰 수사관이 흔들리는 대문을 고정시키기 위해 창틀에 놓여 있던 식칼을 꽂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TV조선의 ‘조폭 개입설’이야말로 음모론이었던 셈이다. 
 
한 시청자는 <시사탱크> 시청자 게시판에 “공적방송에서 괴담을 앞장서서 유포하고 유언비어를 조작하여 뻔뻔스럽게 공적인 방송에 휘둘러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소위 <시사탱크>의 장성민과 황장수를 구속수사해서 그 배후와 동기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마침 경찰에서 유병언 괴담을 조사한다고 하니 시의적절한 조치로 장성민과 황장수를 구속 조사해주실 것을 탄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SNS에서 떠도는 의혹제기가 괴담이라면, TV조선 보도도 괴담이다.
 
채널A는 31일 <과대포장 ‘유병언 왕국’, 음모론만 낳았다?>에서 검찰이 유병언 일가를 ‘과대포장’하고, 구원파의 진술 하나하나가 그대로 보도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하지만 유병언 일가를 ‘과대포장’하고, 구원파의 진술 하나하나를 그대로 전한 장본인은 과연 누구일까?
 
   
▲ 7월 31일자 채널A 갈무리
 
채널A는 1일 <유병언 10년 전부터 전쟁 대비…‘순천’은 계획된 피난처?>에서 유병언씨가 10년 전부터 ‘전쟁계획’을 세웠고, 구원파가 위기에 몰릴 경우를 대비해 작전 계획을 세워뒀다고 전했다. 몇몇 구원파 관계자들과 검찰의 말을 빌려 유병언 일가를 검찰과 맞짱 뜨는 엄청난 이들로 만든 것은 정작 채널A 자신이 아닌가?
 
이러한 보도의 최고봉은 채널A 7월31일자 보도 <“유병언 하루 280보만 걸어…탈진했을 것”>이다. 채널A는 “유 씨는 하루 280 걸음 이상은 절대 걷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유씨 최측근의 경찰조사 진술을 빌려 “평소 걷는 걸 힘들어했기 때문에 혼자 도주하다 지쳐서 숨졌을 것”이라 추측했다. 
 
TV조선과 채널A 등 몇몇 언론은 유씨가 무술시범을 보이는 장면을 반복 재생하고, 보도전문채널 뉴스Y는 유씨와 김정일의 체력을 비교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종편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검찰‧경찰을 따돌리는 유병언 일가의 활약상(?)을 생중계했다. 이렇게 유병언 일가를 ‘괴물’로 만들어놓고, 유병언이 40일 전에 이미 죽어 있었다고 하면, ‘탈진해서 죽었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TV조선과 채널A 등 몇몇 언론의 보도를 보면 유병언씨 죽음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나. 괴담의 진원지는 SNS가 아니라 몇몇 언론이다. 

   
▲ 8월 1일자 채널A 갈무리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