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가 새정치민주연합을 세게 흔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7·30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동반 사퇴했다. 양 대표의 ‘투톱 체제’가 불과 4개월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이 이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루었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1일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던 그는 이번 재보선에서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 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8사단 포병연대 의무중대에서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이 당초 알려진 것 이상의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타는 물론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먹기, 성기에 안티프라민 바르기, 치약 한 통 먹이기, 드러누운 얼굴에 1.5ℓ 물을 들이부어 고문하기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다음은 8월 1일자 전국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선거 이기자…여당 ‘세월호 버리기’>
국민일보 <패배에 익숙해진 야당…野性도 비전도 없었다>
동아일보 <심판받은 ‘새정치’…金-安 사퇴>
서울신문 <金ㆍ安 사퇴…孫 은퇴…野 혼돈 속으로>
세계일보 <金ㆍ安 사퇴, 孫 정계은퇴…野 ‘지각변동’>
조선일보 <‘세월호’ 딛고 富强한 나라 만들라는 國民의 뜻>
중앙일보 <진화 멈춘 갈라파고스 야당>
한겨레 <민심 동떨어진 그들만의 새정치>
한국일보 <“부려먹어 달라” 李의 진심 통하고 “누굴 세워도” 野 자만에 등 돌렸다>

   
▲ 국민일보 1면 기사
 
4개월 만에 막내린 ‘투 톱’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7·30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동반 사퇴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면서 “모든 책임을 안고 공동대표의 직에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새정치연합이 부단한 혁신을 감당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넉 달동안 최고위원들께 많이 의지하고 배웠다. 선거결과는 대표들 책임”이라면서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의 변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두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비공개 단독회동을 하고 대표직에서 동반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안 대표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박수현 비서실장은 “안 대표가 오신 지 100일이 조금 지났는데, 오자마자 공천 과정과 두 차례 선거를 치르고 물러난다”며 “김 대표는 본인이 모셔온 당사자로서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6일 야권 통합으로 출범한 제1야당 새정치연합의 ‘김·안 투톱 체제’는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불과 4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공동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자 최고위원단도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의결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당헌당규에 따라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당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을 통해 선거 참패 충격에 빠진 당을 추스르고 재건 작업을 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일보 사설
 

새정치민주연합, 죽어야 산다

신문들은 사설에서 일제히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변화를 주문했다. 서울신문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하고, 분위기상 이길 수밖에 없는 6·4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거둔데 대해 제대로 반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와 똑같이 구태의연한 자세로 재보선에 임했으니 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야당을 탄핵한 수준의 재·보선 결과는 그 어느 것으로도 ‘조금도’ 변호되지 않는다”며 “새누리당도 자신들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는 새정치연합의 ‘공천 참사’가 참담한 선거 패배의 근인이 어디 있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돌려막기 공천, 권은희 공천 파동을 통해 드러난 오만과 리더십 빈곤은 지지층에서조차 이반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좀 더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민심 난독증(難讀症)”이라며 “입만 열면 민심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아전인수 식으로 왜곡한 데서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신문은 “새정치연합의 민심 난독증은 과거 운동권 중심의 좁은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저녁이 있는 삶’ 내려놓았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1일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정계입문 21년만이다. 두차례 야당 대선주자로 나섰던 손 고문은 경기도 수원시병(팔달구)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했지만 7.8%포인트 차로 정치신인 김용남 후보에게 졌다.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선 손 고문의 사퇴가 ‘중진 퇴진론’에 불을 댕길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오후 4시 손 고문은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학규입니다”라면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정치인은 선거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오랜 신념"이라며 "저는 이번 재·보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이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 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 만큼 소외 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저의 꿈을 이제 접습니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2년 전 대선 경선 때 공약으로 내세웠던 ‘저녁이 있는 삶’을 언급할 때는 아쉬움이 묻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겨레는 은퇴 배경에 대해 “패색이 짙어지자 김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귀가했던 손 고문은 다음날 측근 10여명을 긴급 소집했고, 이 자리에서 정계은퇴 결심을 알렸다. 참석자들이 ‘좀더 기회를 보자’고 말렸지만 손 고문은 ‘이제 그만 일어서자’며 자리를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겨레에 따르면 손 고문은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들며 진작 패배를 예감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번 선거는 질 수도 있다. 만약 낙선하면 자유롭고 재밌게 지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손 고문은 선거에 나설 때부터 팔달에서 살아 돌아오면 나라와 당을 위해 일하겠지만, 패한다면 하늘의 뜻으로 알겠다고 했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 한겨레 2면 기사
 

중진 퇴진론에 불 댕길까

21년차 중견 정치인의 은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진 퇴진론에 불을 댕길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겨레는 “새정치연합이 130석의 거대 정당임에도 기동성과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은 참신하고 능력 있는 신진들이 들어올 공간이 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며 “김대중 정부 때 수혈됐던 젊은 피 ‘386’들이 ‘586’으로 늙어가는 동안 당내엔 의미있는 ‘신진 세력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도 “새정치연합은 이미 7·30 재보선 공천과정에서도 중진급 인물을 배제하고 새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손 고문의 결단을 계기로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 혁신 과정에서 중진들의 2선 후퇴, 세대교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보도했다.

손 고문은 1993년에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정치 경론을 쌓아 대선주자급으로 성장했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 대선경선에 합류했지만 당시 정동영 후보에 이기지 못했다. 2011년 여당 텃밭인 분당을 보궐선거에 도전해 승리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다음해 대선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다.

   
▲ 한국일보 9면 기사
 
고문 수준의 군대 가혹행위

지난 4월 28사단 포병연대 의무중대에서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23) 일병이 당초 알려진 것 이상의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 일병은 지난 4월 6일 내무반에서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이모(25) 병장 등 선임병 4명으로부터 가슴과 복부에 폭행을 당한 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 사망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윤 일병은 지난 2월 18일 이 부대로 전입온 지 2주 만인 3월 3일부터 사망 직전인 4월 6일까지 거의 매일 선임병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주범인 이모 병장 등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숨지기 전날 아침부터 밤까지 가슴과 배, 머리 등을 90대 이상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윤 일병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때리고는 다리를 전다며 또 다시 폭행했고 대답을 못한다는 이유로 치약을 짜 먹이고 눕게 한 채 얼굴에 물을 붓기도 했다. 윤 일병이 힘들어 보이면 링거 수액을 맞힌 뒤 다시 구타했다. 이들은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윤 일병이 교회에 가지 못하도록 하고 부모의 면회도 막았다.

군대의 가혹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히곤 했다. 서울신문은 “병영 폭력은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자살로 이어지는 등 사회 폭력보다 폐해가 더 심각하다. 그런데도 관대한 처벌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군 검찰이나 군사법원의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2011년 군 폭행 사건은 1526건이었지만 3분의2인 1051건이 기소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엄격한 군기(軍紀)로 유명한 미 해병대나 이스라엘 군대는 훈련 강도는 엄청나지만 일과 후엔 장병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금의 병영 문화를 바꾸려면 부대 내 언로(言路)를 보장하고 동료 가혹 행위는 중대 범죄라는 사실을 입대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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